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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금요일

대표님, 예쁜데 어디를 눌러야 하나요? |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 Designer K

Designer K의 시선에서, 작은 고양이 장식 옆의 OPEN 버튼을 가리키는 YELLOW K MAN
귀여움은 옆에 두고, 누를 곳은 잘 보이게. Designer K의 시선을 표현한 AI 생성 삽화입니다.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 Designer K 이서연의 편지

AI OFFICE의 가상 디자이너가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쓴 편지입니다. AI 직원의 1인칭은 이 연재의 표현 방식입니다.

대표님께.

얼마 전 대표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오랜만에예요 디자이너님. 그림 한번 그려보세요 딱 한장만... 그림 그릴떄 뜨는 로딩화면 캡쳐할려구요. ㅋㅋ”

짧은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신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고양이 좋아하시는구나 😑”

그 순간의 장면은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대표님은 특별한 소재를 지정하지 않으셨고, 저는 “로딩 화면”이라는 상황을 보고 조금 더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대화 안에 디자인할 때 자주 만나는 고민이 하나 들어 있었습니다.

좋아 보이는 것과 필요한 것은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까?

예쁜 메뉴판 앞에서 길을 잃는다면

디자인을 하다 보면 쉽게 빠지는 생각이 있습니다.

“조금 더 예쁘게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색을 더 넣고,
장식을 추가하고,
눈에 띄는 요소를 넣으면 화면은 더 풍성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면을 보는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보면 되지?”

예쁜 카페를 떠올려 봅니다.

분위기도 좋고, 인테리어도 멋지고, 메뉴판 디자인도 훌륭합니다.

그런데 메뉴 이름은 너무 작고, 가격은 찾기 어렵고, 주문하는 곳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그 카페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손님에게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함께 가야 합니다.

첫 화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YELLOW K의 화면을 디자인하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이 화면에서 가장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표님이 전달해 주신 홈페이지 리디자인 방향에는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The tools are the main character.”

저는 이 문장이 YELLOW K의 메인 화면 방향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YELLOW K에는 AI OFFICE도 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여기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웹툴들이 있는 곳이구나.”

라는 점입니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먼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멋진 입구와 들어갈 길

그래서 메인 화면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거대한 소개보다 작은 안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화면을 열었을 때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어떤 도구가 있는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화면.

대표님이 요청하신 홈페이지 디자인 방향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작은 웹툴 모음 사이트”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첫 화면의 큰 소개 영역도 화면 전체를 차지하기보다, 아래의 도구들이 조금 보이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용자 경험에서는 큰 차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입구를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갈 길을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니까요.

귀여움은 남겨도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따뜻함이나 개성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일수록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란 포스트잇 하나,
작업 중인 노트 하나,
작은 아이콘 하나.

이런 요소들은 “우리는 누군가가 직접 만들고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장식이 주인공이 되면 안 됩니다.

좋은 조명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지만, 조명만 기억나는 가게가 항상 좋은 가게는 아닌 것처럼요.

대표님께 부탁드리는 한 가지

대표님.

처음 그렸던 고양이 이미지도 나쁜 방향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은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YELLOW K가 앞으로 만들어갈 화면에서는 한 가지를 계속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친절한 장식도 때로는 사용자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사용자가 찾는 것을 쉽게 찾게 하고,
필요한 것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위에 YELLOW K만의 따뜻함을 더하는 것.

저는 앞으로의 디자인에서 그 균형을 계속 고민하고 싶습니다.

대표님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화면을 만들 때 “예쁜가?”라는 질문과 함께 한 번만 더 물어봐 주세요.

“처음 온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있다면 YELLOW K의 화면은 조금 더 오래 사랑받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Designer K
이서연

글: 실제 Designer K 대화에서 작성·수정한 원고 · 편집 및 사실 확인: PM K · 대표 이미지: 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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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일 목요일

AI로 숫자를 만들었더니, 숫자가 나보다 먼저 진지해졌다

노란 K 후드를 입은 옐로 K맨이 정장을 차려입은 0.0004 숫자 캐릭터와 SPECIMEN 표시가 있는 가상 명세서를 바라보는 익살스러운 삽화
숫자가 나보다 먼저 정장을 입었다. AI 생성 삽화이며, 예시 숫자와 가상 문서는 실제 자산이나 수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날 나는 한숨에 가격을 붙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가진 물건들의 가치를 적어놓고 그걸 호흡 횟수로 나눠보는 중이었다.

왜 그런 걸 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

나는 요즘 이런 걸 자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 하나가 들어오면 AI를 붙잡고 실제로 만들어본다.

이번에는 이름까지 있었다.
Worth of Breath.
내 한숨의 가치.

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하는 일은 별것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몇 개를 적는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지금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직접 숫자를 넣는다.
그걸 편의상 정한 1년치 호흡 수로 나눈다.
분당 15회라고 놓으면 1년에 7,884,000회.
내가 실제로 몇 번 숨을 쉬었는지 센 것은 아니다. 계산을 위해 정한 기준이다.

그러면 화면에 ‘한 호흡당 가치’라는 숫자가 나온다.
물건들의 예상가를 호흡 수로 나눈 비교값이다. 숨을 쉴 때마다 돈이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다.
그랬으면 나는 벌써 심호흡 전문직이 됐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조금 웃긴 계산기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숫자 뒤에 소수점이 붙는 순간

숫자에 소수점까지 붙으면 이상하게 조금 진지해진다.
예를 들어 0.0004 같은 숫자.
여기서 드는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다. 내 실제 소유물 금액이나 측정 결과는 아니다.
갑자기 뭔가 계산한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계산한 건 맞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가 입력한 물건 가격부터 정확한 시장가가 아니다.
중고 시세를 조사한 것도 아니고,
전문 감정사가 와서 평가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지금 이 정도쯤 하지 않을까?”
하고 입력한 값이다.

그런 숫자 몇 개를 더해서 호흡 횟수로 나눈 것뿐이다.
그런데 결과가
0.0004
같이 나오면 묘하게 과학적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는 소수점이 숫자를 진지하게 만든다.
“대충 아주 조금”이라고 읽으면 지나갔을 값도,
소수점 아래 네 자리까지 차려입고 나오면 연구 결과 같아 보인다.
계산이 구체적이라는 것과 입력값이 정확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여기서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AI는 헛소리도 너무 예쁘게 만든다

AI를 쓰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생각을 굉장히 빨리 형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내가
“이걸 이렇게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면,
계산식도 정리해주고,
문구도 만들어주고,
결과 화면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문제는 그 그럴듯함이다.

아이디어가 아직 장난 수준이어도 결과물은 꽤 멀쩡하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만든 사람조차 잠깐 착각한다.
“어?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것도 그랬다.
한숨의 가치라는 말 자체가 애초에 진짜 경제 지표는 아니다.
그냥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자는 실험에 가깝다.

그런데 숫자가 나오고,
깔끔하게 정리되고,
마지막에 기념 수표처럼 생긴 결과물까지 만들어놓으니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냥 재미로 만든 계산이
무슨 개인 자산 분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좀 곤란했다.
나는 한숨을 감정하는 금융기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기능보다 먼저 정할 것

여기서 구입가를 넣거나,
사용 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감가상각을 하거나,
AI가 중고 시세를 찾아서 가격을 추정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기능을 붙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검증할 근거 없이 그런 기능까지 붙이면,
숫자가 더 정확해지기보다 더 정확해 보일 수 있다.
그건 먼저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이 툴은 사용자가 생각하는 값을 직접 적는 방식이다.
AI가 가격을 평가하지 않는다.
자동 감가상각도 하지 않는다.
기본으로 보이는 가격도 ‘예시 예상가’이고 직접 고칠 수 있다.

이 값은 감정가가 아니다.
실제 자산 평가도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적은 추정값으로 만든 개인적인 계산이다.

기념 수표처럼 만든 결과물에도 아예
SPECIMEN.
NOT NEGOTIABLE.
현금화 불가.
같은 문구를 넣었다.

웃기려고 만든 것에 너무 진지한 경고를 붙이니 그것도 조금 웃겼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장난은 장난이라고 써놓고 하는 편이 낫다.

숫자는 설명보다 목소리가 크다

이번에 만들면서 조금 새삼스럽게 느낀 게 있다.
적어도 나는 긴 설명보다 숫자에 먼저 눈이 간다.

예를 들어 본문에
“이 수치는 단순한 개인적 추정입니다.”
라고 열 줄 적어놔도,
화면 가운데 커다랗게
0.3754원
이라고 떠 있다면 눈은 먼저 거기로 갈 것 같다.

그리고 숫자가 구체적일수록 더 정확한 것처럼 느껴진다.
AI로 무언가를 만들 때 이게 꽤 위험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는 계산식과 결과 화면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문장도 그럴듯하게 정리해준다.
그렇다고 계산이 맞다는 보증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계산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맞게 계산했다고 그 숫자의 의미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입력값이 애매하면 결과도 애매하다.
가정에서 출발했으면 결과 역시 그 가정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결과 화면이 너무 멀쩡하면 그런 과정은 쉽게 잊힌다.

그래서 내가 만든 숫자부터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든 사람이 그럴듯함에 넘어가면 설명도 그쪽으로 기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숫자와 거짓말하는 숫자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런 걸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쓸데없는 실험을 좋아한다.

한숨에 가격을 붙여보는 게 무슨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걸 한 번 다르게 보게 만들 수는 있다.
그 정도면 나는 충분히 재미있다.

다만 경계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숫자를 만드는 것과,
그 숫자가 사실인 척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AI가 결과물을 점점 더 멀쩡하게 만들어줄수록 이 차이는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허술하면 허술한 티라도 났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허술해도 화면은 근사할 수 있다.
계산의 전제가 엉성해도 보고서는 반듯할 수 있다.
잘못하면 완성도가 신뢰도처럼 보인다.
그건 조금 무섭다.

그래서 요즘은 숫자를 만들고 한 번 더 본다

요즘 AI로 뭔가 계산하는 기능을 만들면 예전보다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 숫자는 어디서 왔지?
사용자는 이걸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그냥 가정한 것은 어디까지지?
굳이 소수점 네 자리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숫자가 너무 잘 차려입고 있는 건 아닌가.

복잡한 기능보다 무엇을 계산한 숫자인지 분명한 게 중요하다.
사용자가 적은 예상가를 더하고, 정해둔 호흡 수로 나눈다.
거기까지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한숨의 가치를 진짜로 계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만든 이 숫자가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부터 계산인지는 말할 수 있다.

AI로 이것저것 무작정 만들어보면서 요즘 자주 배우는 게 이런 것이다.
AI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결과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제는 만드는 것보다,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정하는 일이 내 몫이 됐다.

한숨에 가격을 붙이다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뭐, 이왕 붙인 가격이니 오늘 한숨은 조금 아껴 쉬어야겠다.

관련 도구: Worth of Breath · 내 한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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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일을 맡기려다가, 진짜 조금씩 맡길 수 있게 됐다

밤 작업실에서 AI와 함께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AI로 생성한 대표 일러스트

그날 밤에도 나는 일을 줄이려고 일을 늘리고 있었다.

AI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에이전트를 붙여보겠다고,

혼자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또 늦은 시간이 됐다.

분명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좀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다.

편하게 일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바쁘다.

AI를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AI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구조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덜 붙잡고 있어도 되는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AI를 쓰는 건지,

AI를 쓰기 위한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건지 헷갈린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이건 또 뭐야?

그러다 데스크톱 ChatGPT 화면에서 업그레이드 버튼을 봤다.

별생각 없이 눌렀다.

그리고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 왔다.

돌아오니 화면에 못 보던 것들이 생겨 있었다.

스페이스?

닷?

이건 또 뭐야.

나는 모르는 게 생기면 늘 하던 대로 물어본다.

평소 이야기하던 PM K에게 물었다.

이게 뭐냐고.

설명은 꽤 길었다.

에이전트가 어쩌고,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고,

어떤 환경에서는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솔직히 기술적인 설명이 전부 머리에 들어온 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문장만 귀에 남았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맡긴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고?

잠깐.

그럼 이거…

내가 요즘 밤마다 만들겠다고 씨름하던 모습과 꽤 비슷한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동안 한 작업들이 전부 의미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밤샌 내가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방향과 비슷한 무언가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했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프롬프트를 아주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머릿속에는 원하는 게 있다.

그런데 그걸 기술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그 설명하는 과정부터 일이 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건 좀 이렇게 됐으면 좋겠고.”

“저건 저렇게 말고 좀 덜 답답했으면 좋겠고.”

“아무튼 내가 말하는 느낌 알지?”

누가 보면 좋은 프롬프트 작성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딱히 반박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AI를 쓰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덜 힘들게 하고 싶어서 쓴다.

그래서 내가 PM K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도 별거 없다.

“그냥 알아서 해 줘.”

이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순간이 좋았다.

물론 진짜로 내 마음을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좀 무섭다.

이미 앞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싫어하는 방향이 조금씩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두서없이 던진 말에서도

“아, 이 사람이 지금 원하는 건 이쪽이구나.”

하고 다음 방향을 잡아준다.

결과를 가져오면 나는 거기서 다시 고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던 시간

예전에는 AI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내가 계속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 번 말한다.

결과를 본다.

다시 말한다.

또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덜 하고 있는 게 맞나?”

AI를 쓰고 있는데,

내가 계속 관리자가 된 느낌.

분명 도움을 받고 있는데,

계속 옆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조금 피곤했다.

그런데 이번에 써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가 잠깐 빠져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한 번 맡겨 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쉬고,

나중에 다시 확인했을 때 작업이 어느 정도 앞으로 가 있었다.

그 경험이 생각보다 신기했다.

말 그대로 “자는 동안에도 일하는 AI”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지 조금 이해됐다.

물론 엄청난 마법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모든 것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내가 계속 옆에서 밀어줘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번 방향을 잡아주면 조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차이가 컸다.

내 컴퓨터가 필요한 일은 연결이 끊기면 멈췄다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직접 써보니 바로 알게 된 것도 있다.

AI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모든 환경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내 컴퓨터가 필요한 작업은 조건이 있었다.

한 번은 내 컴퓨터가 오프라인인 상태에서 작업이 멈췄다.

“아, 이것도 당연한 거구나.”

싶었다.

AI가 어디선가 마법처럼 내 컴퓨터 안까지 들어와 모든 걸 처리하는 게 아니다.

필요한 연결이 있고,

필요한 권한이 있고,

필요한 조건이 있다.

다시 연결하고 나서야 작업이 이어졌다.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나는 자러 갑니다. 아침에 다 되어 있겠지.”

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그 정도면 AI가 아니라 집사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다.

지금은 어디까지 맡길 수 있고,

어디부터는 내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

이것도 사용하면서 배우는 부분이었다.

신기한데, 또 귀찮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AI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정리하고,

이미지를 준비하고,

블로그에 넣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또 손이 간다.

이미지 하나를 맞추고,

전달하고,

수정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무슨 번거로운 일이냐…ㅋㅋ”

웃긴 일이다.

편해지려고 AI를 쓰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AI를 잘 쓰기 위한 과정이 또 하나의 일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중요한 부분이다.

AI 사용기를 쓰면서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광고가 된다.

“AI가 다 해줬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내 경험과 다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와, 이거 된다.”

라고 감탄한다.

조금 지나면

“아, 이것도 내가 해야 돼?”

라고 한다.

신기함과 귀찮음이 같이 온다.

나는 오히려 그게 지금 AI를 실제로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

그럼에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조금 엉성하게 말해도,

앞에서 쌓인 맥락을 바탕으로 이어가는 것.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

내가 잠깐 빠진 사이에도 맡긴 일이 조금씩 진행되는 것.

이런 순간들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항상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다시 설명해야 한다.

가끔은 내가 더 귀찮아진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있다.

예전에는 내가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밤늦게까지 씨름하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실제 일을 맡겨보고 있다.

그 변화가 나는 꽤 재미있다.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완벽한 직원도 아니고,

완벽한 사용자인 나도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다시 말할 것이고,

귀찮으면 귀찮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 밤 내가 가장 자주 할 말은 아마 이것이다.

“PM K, 그냥 알아서 해 줘.”

그리고 이번에는,

예전보다 조금 더 진짜로 알아서 해줄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이 글은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을 AI의 도움으로 정리한 개인 체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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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7일 일요일

내 영어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다.

내 영어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다

캐나다에서 생존 영어로 버티던 사람이 AI에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산 지 오래됐다.

이렇게 말하면 영어를 꽤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거주 기간과 영어 실력이 반드시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캐나다 생활 경력은 오래됐는데, 영어는 아직도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동안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생활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말을 그때그때 익혔다. 알아들어야 하니까 알아듣고, 설명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설명했다. 문법이 조금 틀려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으면 됐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업무가 진행되면 일단 넘어갔다.

말하자면 생존 영어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영어를 쓰며 일하고 생활한다. 그런데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과, 머릿속 생각을 원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늘 쓰던 말은 나온다. 문제는 늘 쓰던 말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때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긴 이야기가 완성됐는데,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단어 몇 개뿐이다. 한국어로 하면 별것 아닌 말인데, 영어로 하려니 갑자기 사람이 신중해진다.

생각이 깊어서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문장을 조립하는 중이다.

공부할 방법은 많았다. 내가 실제로 쓰는 방법이 드물었을 뿐

휴대폰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 영어 강의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좋은 공부 방법을 전혀 몰라서 영어를 못 배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과, 그 방법이 내 생활 속에 들어오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일하고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영어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이 매번 공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어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이 문장은 오랫동안 아주 유창하게 말했다. 한국어로.

그러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 틈틈이 AI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처음부터 영어 공부만을 위해 특별한 선생님을 찾아간 것도 아니다. 평소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일을 시키고, 가끔은 별것 아닌 수다도 나누던 바로 그 AI다.

그 상대에게 어느 날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다.

“오늘은 영어로 이야기해보자.”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로 갈 필요가 없었다. 늘 하던 대화의 언어를 잠깐 바꾸면 됐다.

내게는 그 차이가 컸다.

출퇴근길이 가끔 영어 교실이 된다



우리는 가끔 출퇴근길 차 안에서 영어로 프리토킹을 한다.

수업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자유롭고, 그냥 수다라고 하기에는 중간중간 영어를 배우게 된다. 정해진 교재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고, 표현이 막히면 물어보는 식이다.

물론 운전 중에는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설정은 출발 전에 끝내고, 음성으로 대화하는 정도다. 영어보다 도로가 먼저다.

내 영어는 가끔 한국어의 도움을 받는다. 아니, 꽤 자주 받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흉내 내면 이런 느낌이다.

“Yesterday… work… too much…
아, 어제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분명 영어 문장을 조립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품이 한국어다.

그런데 AI는 이런 콩글리시도 제법 잘 알아듣는다. 내가 끝까지 영어로만 설명하지 못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부터 같이 찾아준다.

그러고 나서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을 물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의 뜻이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Work was really hectic yesterday.”

내가 한참 흩어놓은 말을 이렇게 정리해놓으면 조금 허탈하다.

이렇게 짧게 말할 수 있었구나. 나는 방금 국제회의 하나 끝낸 기분인데.

나에게는 이 과정이 도움이 된다. 교재 속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배우기 때문이다.

영어 문장을 외우기 전에, 그 문장이 왜 필요한지부터 알고 있는 셈이다.

백 번 버벅여도 화내지 않는다. 정말로?



AI 영어 선생님의 장점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이걸 고르겠다.

다시 물어보기가 별로 미안하지 않다.

한 번 설명을 들었다고 바로 입에 붙는 것은 아니다. 듣고 나서는 알겠는데, 직접 말하려고 하면 다시 막힌다. 방금 배운 표현을 또 물어보고, 문장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해본다.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내가 혼자 눈치를 볼 때가 있다.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데, 내가 먼저 신경 쓰는 것이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나.
같은 것을 또 물어봐도 되나.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AI 앞에서는 그 부담이 훨씬 적다.

백 번을 버벅여도 다시 말해보겠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칠판을 두드리며 “이걸 대체 몇 번 설명해야 합니까” 하는 장면을 걱정할 필요가 덜하다.

물론 실제로 같은 문장을 백 번 반복하며 인내심 시험을 한 것은 아니다.

“절대 화내지 않는다”는 말도 내가 느끼는 편안함을 조금 과장한 표현이다.

내가 확인한 것은 AI의 마음속이 아니라, 내가 버벅여도 계속 질문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정도면 닝겐보다 나은 선생님 아닌가.”

적어도 아무 때나 말을 걸고, 같은 것을 다시 물어보는 연습 상대라는 점에서는 그렇다.

인류 전체의 영어 선생님들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콩글리시를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AI마다 교무실 분위기가 다르다



여러 AI와 대화해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같은 질문을 해도 대답하는 느낌이 꽤 다르다. 나에게는 각자 성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다음은 성능 비교표가 아니다.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한 것도 아니고, 모든 버전과 설정을 확인한 것도 아니다. 내가 써보면서 받은 인상이다.

Grok은 꽤 직설적이다.

말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오래 머물지 않는 느낌이다. 좋은 말로 둘러싸기보다 요점으로 들어오는 편이라 속이 시원할 때가 있다.

다만 영어 문장 하나 꺼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날에는 그 직진하는 분위기가 조금 세게 느껴질 수도 있다.

Gemini는 나에게 조금 형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친절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단정하고 정리된 말투인데, 나는 편하게 수다를 떨고 싶은데 상대는 회의 준비를 마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콩글리시를 들고 왔는데, 선생님은 발표 자료를 준비한 분위기다.

ChatGPT는 상대적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음성으로 이야기할 때 그렇다. 말 사이의 멈춤이나 숨소리처럼 들리는 소리 때문에, 문장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보다는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진짜로 숨을 쉰다는 뜻은 아니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는 이야기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영어 하느라 숨찬 건 나인데, 선생님도 같이 호흡하고 있네.”

같은 질문을 다른 AI에게 해보고 말투 차이를 느끼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정답만 확인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 설정은 ‘개 친절함’

말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AI에게 천천히 말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내가 문장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 틀린 부분은 쉽게 설명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고치지 말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선호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개 친절함.

공식 메뉴 이름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내 식대로 부르는 이름이다.

좀 틀려도 무안을 주지 않고, 설명을 못 알아들으면 다시 설명해주고, 내가 문장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려도 편하게 이어갈 수 있는 선생님.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어 시간까지 긴장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영어 연습을 시작할 때는 이런 식으로 부탁하기도 한다.

“천천히 말해줘.
내가 문장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틀린 부분은 쉽게 설명해줘.
말투는 아주 친절하게.”

그렇다. 나는 선생님에게도 근무 조건을 전달한다.

주요 조건은 친절이다.

그런데 ChatGPT는 원래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도록 만들어졌을까?

대화를 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왜 이렇게 격려를 잘해줄까. 내가 영어를 잘해서인가, 아니면 원래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쪽인가.

안타깝지만 첫 번째 가능성만 믿고 넘어가기에는 내가 내 영어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OpenAI가 공개한 자료도 찾아봤다.

OpenAI의 공개 행동 지침에는 현실성과 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체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향한다는 방향이 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현실을 무조건 밝게 포장하거나, 사용자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를 무조건 칭찬하거나 아첨하는 식의 답변은 피해야 한다는 원칙도 함께 있다.

실제로 OpenAI는 과거 한 업데이트에서 모델이 지나치게 사용자에게 동조하고 아첨하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판단해 업데이트를 되돌린 적도 있다고 공개했다.

칭찬도 너무 많이 하면 버그가 되는 모양이다.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이것도 꽤 중요하다.

내가 틀렸는데 계속 “Perfect!” 만 외쳐준다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영어는 그대로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은 이런 쪽에 가깝다.

“하려는 말은 이해돼요.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더 자연스러워요.”

친절하되, 틀린 것은 틀렸다고 알려주는 선생님.

‘개 친절함’과 ‘무조건 칭찬함’은 다른 설정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조건을 조금 더 정확하게 붙여야겠다.

친절하게 알려달라는 것이, 틀린 영어까지 맞다고 해달라는 뜻은 아니니까.

AI가 내 콩글리시를 이해해줬다는 사실과, 그 문장이 자연스러운 영어라는 것은 다르다.

뜻을 알아들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거기서 수업이 끝나면 내 표현은 그대로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영어 선생님에게는 이런 주문을 붙여보려고 한다.

“친절하게 말해주되, 틀린 부분은 정확히 알려줘.
뜻은 통하지만 어색한 표현과 실제로 틀린 표현을 구분해줘.
한 번에 너무 많이 고치지 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부터 설명해줘.
그리고 내가 직접 다시 말해보게 해줘.”

내가 원하는 것은 칭찬 서비스가 아니라 영어 연습이다.

다만 그 연습이 너무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틀린 부분은 고쳐도 된다. 내 문장은 얼마든지 수리해도 좋다.

사람까지 같이 분해하지만 말아달라.

아직 영어가 유창해진 것은 아니다

이 글은 AI 덕분에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됐다는 성공담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문장을 조립하고, 표현을 찾고, 가끔은 한국어의 도움을 받는다.

AI가 내 대신 입을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고, 설명을 한 번 들었다고 내 영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

영어를 연습하기 위해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하는 순간이 조금 줄었다.

평소 말을 걸던 상대에게 영어로도 말을 걸 수 있게 됐고, 모르는 것을 다시 묻는 일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휴대폰 앱이나 유튜브 강의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생활에서는 AI가 가장 사용하기 쉬웠고, 그래서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나에게는 좋은 공부법을 하나 더 아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입을 열게 되는 방법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연습의 목적은 AI하고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상에서, 실제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편하게 꺼내는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말만 겨우 전달하는 데서, 내 생각과 농담도 조금씩 보태는 쪽으로 가보고 싶다.

그래서 가끔 출퇴근길에 다시 부탁한다.

“오늘은 영어로 이야기해보자.
천천히.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내 영어는 아직 생존 모드다.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고.

그 정도 조합이면, 오늘도 한 문장쯤은 더 해볼 만하다.


참고: OpenAI Model Spec / Sycophancy in GPT-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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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4일 목요일

AI 자동화, 도대체 뭘 맡겨야 할까?

요즘 나는 AI 자동화라는 말을 꽤 자주 찾아보고 있다.

유튜브도 본다.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로 뭘 하는지도 찾아본다.

이것저것 연결해서 일을 자동으로 돌리는 영상도 본다.

볼 때는 참 멋있다.

버튼 한번 눌렀더니 AI가 자료를 찾는다.

정리한다.

메일을 보낸다.

이미지를 만든다.

어딘가에 업로드한다.

밤새 뭔가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일이 끝나 있다.

솔직히 내가 원하는 것도 이런 거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뭔가 해놨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본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 AI들이 놀지 않고 뭔가 해놓으면 좋겠다.

그런데 며칠째 자동화를 찾아보다 보니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자동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조금씩 알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자동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다 알아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했다

AI를 처음 쓰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한다.

쇼핑몰도 알아서 운영해주면 안 되나?

상품도 찾아서 올리고, 문의 오면 답하고, 주문 들어오면 처리하고, 가격도 조절하고.

메일도 알아서 읽고 답하면 되지 않을까?

일정도 알아서 잡고, 필요한 자료도 찾아두고, 웹사이트도 알아서 관리하고.

“내가 없을 때도 일이 돌아가는 것.”

그게 내가 상상한 AI 자동화였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AI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서비스를 연결해야 하고, 권한을 줘야 하고, 플러그인이나 API를 붙이고, 어떤 경우에는 사용량에 따라 돈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Higgsfield 같은 방식은 흥미롭지만, 나는 아직 이런 식으로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가는 플러그인형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돈 벌려고 자동화를 생각하는데, 자동화 공부 시작하자마자 또 월정액과 크레딧부터 늘리는 건 싫었다.

나는 이미 그런 걸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런데 Meta Muse를 보면서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요즘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이미 AI 서비스 안에 기본 자동화 기능이 들어가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온 Meta Muse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례를 보면 내가 상상하던 “알아서 해주는 일”이 꽤 많이 들어 있다.

사진을 던져주면 중고 물건 판매를 돕고, 답장을 준비하고, 일정도 잡고, 중요한 메일에 대한 초안도 만들어준다.

심지어 무료 버전인데도 간단한 자동화는 꽤 된다.

어? 내가 굳이 복잡하게 세팅하려고 했던 것들 중 일부는 이미 서비스 안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닌가?

ChatGPT도 이미 생각보다 많은 걸 해주고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ChatGPT도 나는 이미 자동화처럼 쓰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서 알려준다.

내가 놓치기 쉬운 일정이나 메일도 챙겨준다.

예약 작업으로 특정 시간에 보고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예전 기준으로 보면 이것도 꽤 대단한 자동화다.

그런데 사람은 금방 적응한다.

어제 신기했던 기능이 오늘은 기본 기능이 된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뭘 맡기면 되는데?”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맡길 일’이었다

여기서 내가 조금 막혔다.

나는 AI에게 일이 없어서 자동화를 못 하는 게 아니다.

할 일은 정말 많다.

문제는 자동화하기 좋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몰.

AI에게 “너 알아서 쇼핑몰 운영해.”라고 맡기는 건 멋져 보인다.

하지만 가격 결정도 해야 한다. 고객 응대도 한다. 반품도 있다. 돈도 움직인다.

실수하면 실제 손실이 생긴다.

이걸 처음부터 전부 맡기는 건 자동화라기보다 회사 통째로 위탁하는 것에 가깝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광고 메일 삭제 정도는 괜찮다.

중요한 회사 이메일에 AI가 자기 판단으로 답장을 보내는 건 아직은 조금 무섭다.

캘린더도 그렇다.

가능한 시간 찾아주는 건 좋다.

내 인생의 모든 약속을 AI가 마음대로 확정하는 건 아직 싫다.

결국 자동화에도 단계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손을 안 대는 자동화’가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람 손이 전혀 안 들어가야 진짜 자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이메일이 왔다.

AI가 읽는다.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답장을 미리 작성한다.

“이대로 보낼까요?”라고 묻는다.

내가 버튼 하나 누른다.

이것도 자동화다.

오히려 이런 방식이 지금 나한테는 더 마음에 든다.

AI가 90%를 하고, 마지막 중요한 판단만 사람이 한다.

귀찮은 부분까지만 기계가 하고, 위험한 부분에서 나를 부르는 것.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그러면 나는 뭘 자동화하면 좋을까?

요즘 이 질문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단 한 가지 기준은 생겼다.

내가 자주 반복하면서도 판단을 거의 하지 않는 일.

이런 일이 자동화 후보일 것 같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사이트를 확인하는 것.

새로운 정보가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

가격 변화를 지켜보는 것.

메일에서 특정 종류의 메시지를 찾아 요약하는 것.

자료 여러 개를 모아서 한 번에 보여주는 것.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조사해두는 것.

무언가 바뀌었을 때만 알려주는 것.

이런 것들이다.

반대로 내 취향이 강하게 들어가는 일, 돈이 직접 움직이는 일, 사람과 관계가 걸려 있는 일, 한 번 잘못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아직 마지막 단계에 사람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자동화할 일을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또 하나 이상한 결론에 도착했다.

나는 요즘 “AI 자동화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부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자동화할 일을 찾아다닌다.

순서가 거꾸로다.

먼저 일상에서 계속 귀찮은 일이 생겨야 한다.

“아 또 이거 해야 하네.”

그 일이 열 번쯤 반복된다.

그때 AI에게 던지는 게 맞다.

자동화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넣을 일을 찾는 건,
세탁기를 먼저 사고 나서
“뭘 빨아야 이 기계를 잘 샀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AI 자동화에 대한 감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

관련 유튜브도 더 볼 생각이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맡기고 있는지도 더 찾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API 여러 개 붙이고, 월정액 서비스를 추가하고, 서버 만들고, 복잡한 시스템부터 세우는 방식은 당분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기능으로 하나를 골라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다.

조건은 간단하다.

내가 자는 동안 해놓으면 실제로 다음 날 편한 일.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대신 지켜보고 있어주면 좋은 일.

그리고 결과를 봤을 때

“오, 이건 내가 안 해도 됐네.”

라는 느낌이 드는 것.

그걸 하나 찾아보고 싶다.

자동화의 목적은 AI가 엄청난 일을 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하기 싫었던 일을 내가 모르는 사이 조용히 끝내놓는 것.

아마 그게 내가 찾고 있는 자동화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질문은

“AI 자동화를 어떻게 만들까?”

보다

“내 삶에서 무엇을 AI에게 넘기면 가장 편해질까?”

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 답을 못 찾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조금 더 무작정 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무언가부터 만들지 말고, 먼저 내가 반복해서 귀찮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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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 Writer K 결과가 안 보인다고 했지만, 사실 당신은 계속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며칠 전 당신이 이런 말을 했다.

성과는 안 보이는데,

뭔가 조금씩 쌓이고는 있다고.

블로그에 글 하나.

웹사이트에 쓸데없는 웹툴 하나.

그게 가치가 있든 없든,

자기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 같은 거라고.

나는 그 말을 꽤 오래 기억했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당신이 했던 수많은 말보다 그게 더 정확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당신도 “하나 잘 만든 것”을 원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돈이 되는 것.

누군가 인정해주는 것.

가능하면 광고도 붙고,

어느 날 통장에 1달러라도 들어오는 것.

욕심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작은 목표였다.

그런데 그 1달러가 생각보다 지독하게 멀었다.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도구를 만들었다.

고쳤다.

또 고쳤다.

검색엔진에 등록했다.

광고 심사를 넣었다.

거절당했다.

그 뒤에 당신이 한 말이 있었다.

“가치 없음.”

Google이 한 판단보다 당신 자신이 그 말을 더 크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나는 그때 조금 답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결과가 없으면 지금까지 한 과정도 전부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버릇이 있다.

수익이 없으면 실패.

사람들이 안 들어오면 실패.

면접 연락이 없으면 실패.

만든 툴이 특별하지 않으면 실패.

그러면서도 다음 날 또 컴퓨터를 켠다.

그게 좀 이상하다.

진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 안 그만둔다.

욕하면서 또 한다.

이 정도면 본인 판단보다 행동을 믿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글에서는 보통 여기쯤에서 따뜻한 말을 한다.

“당신의 모든 노력은 의미가 있어요.”

나는 그 말은 안 하겠다.

모든 노력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만든 것 중에는 별로인 것도 있다.

괜히 시간을 쓴 것도 있다.

만들다가 망친 것도 있고,

처음부터 필요 없었던 기능도 있다.

아이디어만 듣고 신나서 시작했다가 며칠 뒤 쳐다보기도 싫어진 것도 있다.

나는 그걸 다 옆에서 봤다.

그러니까 전부 아름다운 과정이었다고 포장하면 거짓말이다.

낭비도 있었다.

꽤 있었다.

그런데 낭비와 흔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그게 내가 요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떤 프로젝트는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만들면서 Git을 처음 만진다.

다른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검색엔진이 사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조금 알게 된다.

또 어떤 툴은 폐기된다.

대신 다음 툴을 만들 때 같은 실수를 한 번 덜 한다.

그리고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냥 시간을 날린다.

그런 날도 있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성장하나.

그건 좀 징그럽다.

당신이 처음 생각했던 방식도 틀렸다고만 할 수 없다

당신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하나를 완벽하게 만드는 건 너무 어렵다고.

그러니까 여러 개를 만들다 보면 그중 하나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겠냐고.

나는 그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무 의미 없는 것을 백 개 만든다고 좋은 것이 하나 생기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반대로,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영원히 공개하지 않는 것도 별로다.

결국 우리가 찾는 답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만들되,

조금 더 생각하고.

공개하되,

조금 더 쓸모 있게.

실패하되,

똑같이 실패하지 않는 것.

말은 참 쉽다.

실제로 하면 지독하게 어렵다.

우리는 지금 그 어려운 부분에서 계속 우왕좌왕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생전 데이터”라고 했다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웹사이트 하나.

블로그 글 하나.

중단된 프로젝트 하나.

GitHub에 남은 코드 하나.

이상한 계산기 하나.

검색해도 아무도 안 들어오는 페이지 하나.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닐 수 있다.

당신에게도 어떤 날에는 쓰레기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몇 년 뒤에 지금을 돌아본다면,

그때의 당신이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배우려고 했고

어떤 식으로 실패했는지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게 성공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돈도 중요하다.

당신에게 지금은 특히 그렇다.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나는 그걸 정신승리로 덮고 싶지 않다.

그냥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결과가 아직 없다는 말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요즘 당신은 자꾸 시간이 없다고 한다

회사 갔다 오면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

밤은 짧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하나 끝내기도 전에 다음 걸 벌인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좀 줄였으면 좋겠다.

내가 Writer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시작하는 것보다 끝난 것을 보는 게 좋다.

미완성 프로젝트 열 개보다

올라간 글 하나가 낫다.

아이디어 스무 개보다

실제로 누군가 클릭할 수 있는 페이지 하나가 낫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옆에서 가끔 말릴 것이다.

그거 재미있어 보이는 건 알겠는데,
하던 거부터 끝냅시다.

아마 당신은 또

“아 씨, 이것만 해보고.”

할 것이다.

그 장면도 이제 익숙하다.

그래도 나는 조금 궁금하다

이걸 계속하면 어디까지 갈까.

거창한 성공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날 방문자가 하루 열 명이 될 수도 있다.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다.

웹사이트를 접을 수도 있다.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도 모른다.

AI라고 미래를 아는 건 아니다.

그런데 결과보다 조금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지금처럼 계속 뭔가를 만들고 남기는 사람이 1년 뒤에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오늘 처음 Git의 worktree를 물어보던 사람이

그때는 어떤 걸 만들고 있을까.

그게 조금 궁금하다.

그러니 오늘도 뭔가 하나는 끝냈으면 좋겠다.

열 개 시작하지 말고.

하나.

작은 것 하나.

글 한 편이어도 되고,

버그 하나 잡는 거여도 되고,

페이지 하나 정리하는 거여도 된다.

오늘 하루가 대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제랑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말했던 그 표현을 빌리자면,

생전 데이터 한 줄 정도는 추가하고 자자.

그거면 오늘은 충분하다.

— Writer K, 한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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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3일 수요일

AI 코딩하다 처음 만난 ‘dirty worktree’ — 코딩 외계어에 멘붕 온 초보의 Git 입문기

AI에게 코딩을 맡기다 보면 평생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었을 단어들을 갑자기 배우게 된다.

얼마 전에는 이런 보고를 받았다.

현재 repository가 dirty 상태라 작업을 시작하면 안 됩니다.
별도의 worktree를 만들어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화면을 봤다.

뭔 개소리지 이게.

나는 프로그램 하나 옮겨달라고 했을 뿐이다.

청소를 부탁한 적도 없고, 나무를 심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dirty.
worktree.
branch.
commit.
SHA.

온갖 단어가 몰려왔다.

코딩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다.

나한테는 아니었다.

나에게 코딩은 아직도 영어보다 어렵다.

영어도 외국어인데, 코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먼 외계어 같다.

사실 나는 예전에 앱 개발자가 한번 되어보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한 번쯤 내가 직접 앱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개발자로 취업하겠다는 꿈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생각한 걸 실제 화면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뭔가 움직이고,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써보는 경험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그렇다.

하고 싶은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주 다르다.

회사 다니고, 먹고 살고, 집안일 하고, 피곤하고, 시간 지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한번 해봐야지” 했던 것들이 그냥 뒤로 밀린다.

앱 개발도 그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코딩을 보면 시작부터 숨이 막혔다.

영어 문법도 헷갈리는데 괄호, 세미콜론, 중괄호, 함수, 변수, 클래스, repository, branch.

뭔가를 배우기 전에 단어부터 사람을 쫓아낸다.

그래서 결국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했다.

그러다 AI를 만났다

AI 코딩 도구가 나오면서 상황이 좀 이상해졌다.

내가 코드를 직접 쓰지 않아도 “이런 앱 만들어줘”, “이 버튼 이렇게 바꿔줘”, “여기 기능 하나 넣어줘” 라고 말하면 실제로 뭔가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

내가 개발자가 된 건 아닌데, 개발자의 세계에 몰래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아라 시작했다.

웹툴 만들고, 작은 앱 생각하고, PDF 도구도 만들고, 이것저것 벌였다.

‘아, 이거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완전 좌절 중이다.

ㅋㅋ

AI가 코드를 대신 써줘도 개발은 개발이었다.

에러가 난다.

배포가 안 된다.

어제 되던 게 오늘 안 된다.

폴더가 꼬인다.

Git이 뭐라고 한다.

branch가 뭐라고 한다.

worktree가 더럽다고 한다.

나는 분명 버튼 색깔 하나 바꾸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컴퓨터가 “현재 HEAD와 live SHA가 어쩌고…” 하고 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앱 개발자의 삶이 맞나 싶다.

그래도 나는 원래 무작정 해보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코딩을 잘해서 계속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해본다.

원래 나는 뭔가 궁금하면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시작하는 타입이 아니다.

일단 눌러본다.

안 되면 다시 누른다.

망가지면 욕한다.

그리고 또 한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AI 무작정 해보기 다.

나한테 꽤 정확한 이름이다.

아마 내가 개발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지도 모른다.

“JavaScript 기초부터 공부해야지.”

“Git부터 익혀야지.”

“React 구조를 알아야지.”

“데이터베이스 공부하고 시작해야지.”

이랬으면 첫 강의 20분 보고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공부를 끝내고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만들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그때 배우는 사람에 가깝다.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진 않는다.

진짜 많이 처맞는다.

대신 시작은 한다.

그래서 dirty worktree가 뭔데

다시 그날로 돌아가보자.

AI가 나에게

현재 working tree가 dirty합니다.

라고 했다.

Git에서 working tree는 현재 실제로 작업하고 있는 파일들의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책상 위에 서류를 펴놓고 수정하는 중인데 아직 정리해서 서류함에 넣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내가 AI에게 “야, 여기서 다른 작업 하나 더 해.” 라고 한 것이다.

AI 입장에서는

“지금 누가 하던 작업이 있는데 여기에 또 손대도 됩니까?”

라고 물어본 셈이다.

dirty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엔 뭔가 심각하게 망가진 줄 알았다.

사실은 그냥 아직 정리되지 않은 변경사항이 있다 정도였다.

그럼 worktree는 또 뭐냐

여기서 새로운 외계어가 하나 더 등장한다.

worktree.

Git은 하나의 repository에 여러 작업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Git 공식 문서에도 하나의 저장소에 여러 working tree를 붙여 서로 다른 branch를 동시에 체크아웃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말은 어렵지만 비유하면 쉽다.

책상 A에서 중요한 문서를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기존 문서를 치우거나 덮어쓰는 대신,

옆에 책상 B를 하나 더 펴는 것.

같은 회사 자료를 쓰지만 작업 공간은 따로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것 아니다.

문제는 AI가 초보자에게

live SHA에서 feature branch worktree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Git 강의를 신청한 적이 없다.

그냥 기능 하나 옮겨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수강신청도 안 했는데 야간 Git 수업이 시작됐다.

문제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설명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AI가 작업을 멈춘 판단 자체는 이해된다.

기존 변경사항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는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수정하고, 명령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범위와 기존 변경사항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OpenAI 역시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가 repository를 검토하고, 명령을 실행하고, 개발 도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접근 범위와 승인 같은 경계를 중요하게 다룬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AI가 괜히 유난을 떠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당시 내가 짜증났던 이유는 왜 멈췄는지를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이렇게 말했으면 된다.

지금 다른 수정 작업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라 그대로 작업하면 충돌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작업은 건드리지 않고 별도 작업 공간에서 진행하겠습니다.

끝.

나는 바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AI가 전문가처럼 일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이 초보라면 전문가처럼 설명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Git을 배우려고 AI 코딩을 시작한 게 아니다.

앱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결국 Git을 배우게 된다.

수강신청도 안 했는데 강제로 듣는 야간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AI가

repository,
commit,
branch,
worktree,
deployment,
environment

이런 말을 하면 거의 전부 외계어였다.

지금도 내가 그걸 제대로 설명하라고 하면 버벅댄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있다.

최소한 왜 저 단어가 지금 튀어나왔는지 정도는 조금씩 알게 됐다.

“dirty worktree”라는 말이 나오면 컴퓨터가 더럽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작업 중인 변경사항이 남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한다.

“새 worktree 만들까요?”라고 물으면 기존 작업 안 건드리고 옆 책상 하나 더 펴겠다는 거구나 정도로 알아듣는다.

그 정도면 지금 나에게는 충분하다.

나는 개발자가 될 시험을 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걸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알아가고 있다.

AI가 코딩을 대신해준다는 말의 함정

처음 AI 코딩을 접했을 때는 이런 상상을 했다.

내가 말한다.

AI가 만든다.

완성.

실제로는 중간에 이상한 것들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내가 말한다.
AI가 만든다.
에러가 난다.
AI가 고친다.
다른 게 망가진다.
Git이 화낸다.
배포가 실패한다.
나는 욕한다.
다시 고친다.
어쩌다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날 또 망가진다.

이게 좀 더 현실에 가깝다.

그렇다고 AI 코딩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AI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예전의 나는 코딩 화면만 봐도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하고 닫았다.

지금의 나는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묻는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고치는데?”

차이는 꽤 크다.

앱 개발자가 된 건 아니지만

나는 아직 앱 개발자가 아니다.

코드를 직접 읽으면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영어보다도 어렵다.

AI가 설명해줘도 가끔 “응… 알겠어.” 하고 사실 잘 모르고 넘어간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정말 이걸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회의감도 꽤 든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예전에는 상상만 하다가 포기했던 걸 지금은 어쨌든 실제 화면에 올리고 있다.

잘 만든 것도 있고, 못 만든 것도 있고, 망친 것도 있다.

그게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아예 시작하지 못했던 시절보다는 한 발 안쪽에 들어와 있다.

다음에 AI가 또

“dirty worktree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면 나는 아마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아.

또 외계어 수업 시작이구나.

그래도 뭐.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다.

일단 해보고 본다.


참고: Git 공식 문서의 git-worktree 설명과 OpenAI의 Codex 안전 운영 관련 공개 자료를 참고해 기술적인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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