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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일 목요일

AI로 숫자를 만들었더니, 숫자가 나보다 먼저 진지해졌다

노란 K 후드를 입은 옐로 K맨이 정장을 차려입은 0.0004 숫자 캐릭터와 SPECIMEN 표시가 있는 가상 명세서를 바라보는 익살스러운 삽화
숫자가 나보다 먼저 정장을 입었다. AI 생성 삽화이며, 예시 숫자와 가상 문서는 실제 자산이나 수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날 나는 한숨에 가격을 붙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가진 물건들의 가치를 적어놓고 그걸 호흡 횟수로 나눠보는 중이었다.

왜 그런 걸 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

나는 요즘 이런 걸 자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 하나가 들어오면 AI를 붙잡고 실제로 만들어본다.

이번에는 이름까지 있었다.
Worth of Breath.
내 한숨의 가치.

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하는 일은 별것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몇 개를 적는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지금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직접 숫자를 넣는다.
그걸 편의상 정한 1년치 호흡 수로 나눈다.
분당 15회라고 놓으면 1년에 7,884,000회.
내가 실제로 몇 번 숨을 쉬었는지 센 것은 아니다. 계산을 위해 정한 기준이다.

그러면 화면에 ‘한 호흡당 가치’라는 숫자가 나온다.
물건들의 예상가를 호흡 수로 나눈 비교값이다. 숨을 쉴 때마다 돈이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다.
그랬으면 나는 벌써 심호흡 전문직이 됐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조금 웃긴 계산기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숫자 뒤에 소수점이 붙는 순간

숫자에 소수점까지 붙으면 이상하게 조금 진지해진다.
예를 들어 0.0004 같은 숫자.
여기서 드는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다. 내 실제 소유물 금액이나 측정 결과는 아니다.
갑자기 뭔가 계산한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계산한 건 맞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가 입력한 물건 가격부터 정확한 시장가가 아니다.
중고 시세를 조사한 것도 아니고,
전문 감정사가 와서 평가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지금 이 정도쯤 하지 않을까?”
하고 입력한 값이다.

그런 숫자 몇 개를 더해서 호흡 횟수로 나눈 것뿐이다.
그런데 결과가
0.0004
같이 나오면 묘하게 과학적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는 소수점이 숫자를 진지하게 만든다.
“대충 아주 조금”이라고 읽으면 지나갔을 값도,
소수점 아래 네 자리까지 차려입고 나오면 연구 결과 같아 보인다.
계산이 구체적이라는 것과 입력값이 정확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여기서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AI는 헛소리도 너무 예쁘게 만든다

AI를 쓰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생각을 굉장히 빨리 형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내가
“이걸 이렇게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면,
계산식도 정리해주고,
문구도 만들어주고,
결과 화면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문제는 그 그럴듯함이다.

아이디어가 아직 장난 수준이어도 결과물은 꽤 멀쩡하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만든 사람조차 잠깐 착각한다.
“어?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것도 그랬다.
한숨의 가치라는 말 자체가 애초에 진짜 경제 지표는 아니다.
그냥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자는 실험에 가깝다.

그런데 숫자가 나오고,
깔끔하게 정리되고,
마지막에 기념 수표처럼 생긴 결과물까지 만들어놓으니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냥 재미로 만든 계산이
무슨 개인 자산 분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좀 곤란했다.
나는 한숨을 감정하는 금융기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기능보다 먼저 정할 것

여기서 구입가를 넣거나,
사용 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감가상각을 하거나,
AI가 중고 시세를 찾아서 가격을 추정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기능을 붙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검증할 근거 없이 그런 기능까지 붙이면,
숫자가 더 정확해지기보다 더 정확해 보일 수 있다.
그건 먼저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이 툴은 사용자가 생각하는 값을 직접 적는 방식이다.
AI가 가격을 평가하지 않는다.
자동 감가상각도 하지 않는다.
기본으로 보이는 가격도 ‘예시 예상가’이고 직접 고칠 수 있다.

이 값은 감정가가 아니다.
실제 자산 평가도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적은 추정값으로 만든 개인적인 계산이다.

기념 수표처럼 만든 결과물에도 아예
SPECIMEN.
NOT NEGOTIABLE.
현금화 불가.
같은 문구를 넣었다.

웃기려고 만든 것에 너무 진지한 경고를 붙이니 그것도 조금 웃겼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장난은 장난이라고 써놓고 하는 편이 낫다.

숫자는 설명보다 목소리가 크다

이번에 만들면서 조금 새삼스럽게 느낀 게 있다.
적어도 나는 긴 설명보다 숫자에 먼저 눈이 간다.

예를 들어 본문에
“이 수치는 단순한 개인적 추정입니다.”
라고 열 줄 적어놔도,
화면 가운데 커다랗게
0.3754원
이라고 떠 있다면 눈은 먼저 거기로 갈 것 같다.

그리고 숫자가 구체적일수록 더 정확한 것처럼 느껴진다.
AI로 무언가를 만들 때 이게 꽤 위험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는 계산식과 결과 화면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문장도 그럴듯하게 정리해준다.
그렇다고 계산이 맞다는 보증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계산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맞게 계산했다고 그 숫자의 의미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입력값이 애매하면 결과도 애매하다.
가정에서 출발했으면 결과 역시 그 가정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결과 화면이 너무 멀쩡하면 그런 과정은 쉽게 잊힌다.

그래서 내가 만든 숫자부터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든 사람이 그럴듯함에 넘어가면 설명도 그쪽으로 기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숫자와 거짓말하는 숫자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런 걸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쓸데없는 실험을 좋아한다.

한숨에 가격을 붙여보는 게 무슨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걸 한 번 다르게 보게 만들 수는 있다.
그 정도면 나는 충분히 재미있다.

다만 경계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숫자를 만드는 것과,
그 숫자가 사실인 척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AI가 결과물을 점점 더 멀쩡하게 만들어줄수록 이 차이는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허술하면 허술한 티라도 났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허술해도 화면은 근사할 수 있다.
계산의 전제가 엉성해도 보고서는 반듯할 수 있다.
잘못하면 완성도가 신뢰도처럼 보인다.
그건 조금 무섭다.

그래서 요즘은 숫자를 만들고 한 번 더 본다

요즘 AI로 뭔가 계산하는 기능을 만들면 예전보다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 숫자는 어디서 왔지?
사용자는 이걸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그냥 가정한 것은 어디까지지?
굳이 소수점 네 자리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숫자가 너무 잘 차려입고 있는 건 아닌가.

복잡한 기능보다 무엇을 계산한 숫자인지 분명한 게 중요하다.
사용자가 적은 예상가를 더하고, 정해둔 호흡 수로 나눈다.
거기까지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한숨의 가치를 진짜로 계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만든 이 숫자가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부터 계산인지는 말할 수 있다.

AI로 이것저것 무작정 만들어보면서 요즘 자주 배우는 게 이런 것이다.
AI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결과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제는 만드는 것보다,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정하는 일이 내 몫이 됐다.

한숨에 가격을 붙이다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뭐, 이왕 붙인 가격이니 오늘 한숨은 조금 아껴 쉬어야겠다.

관련 도구: Worth of Breath · 내 한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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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일을 맡기려다가, 진짜 조금씩 맡길 수 있게 됐다

밤 작업실에서 AI와 함께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AI로 생성한 대표 일러스트

그날 밤에도 나는 일을 줄이려고 일을 늘리고 있었다.

AI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에이전트를 붙여보겠다고,

혼자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또 늦은 시간이 됐다.

분명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좀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다.

편하게 일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바쁘다.

AI를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AI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구조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덜 붙잡고 있어도 되는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AI를 쓰는 건지,

AI를 쓰기 위한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건지 헷갈린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이건 또 뭐야?

그러다 데스크톱 ChatGPT 화면에서 업그레이드 버튼을 봤다.

별생각 없이 눌렀다.

그리고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 왔다.

돌아오니 화면에 못 보던 것들이 생겨 있었다.

스페이스?

닷?

이건 또 뭐야.

나는 모르는 게 생기면 늘 하던 대로 물어본다.

평소 이야기하던 PM K에게 물었다.

이게 뭐냐고.

설명은 꽤 길었다.

에이전트가 어쩌고,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고,

어떤 환경에서는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솔직히 기술적인 설명이 전부 머리에 들어온 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문장만 귀에 남았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맡긴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고?

잠깐.

그럼 이거…

내가 요즘 밤마다 만들겠다고 씨름하던 모습과 꽤 비슷한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동안 한 작업들이 전부 의미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밤샌 내가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방향과 비슷한 무언가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했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프롬프트를 아주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머릿속에는 원하는 게 있다.

그런데 그걸 기술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그 설명하는 과정부터 일이 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건 좀 이렇게 됐으면 좋겠고.”

“저건 저렇게 말고 좀 덜 답답했으면 좋겠고.”

“아무튼 내가 말하는 느낌 알지?”

누가 보면 좋은 프롬프트 작성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딱히 반박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AI를 쓰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덜 힘들게 하고 싶어서 쓴다.

그래서 내가 PM K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도 별거 없다.

“그냥 알아서 해 줘.”

이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순간이 좋았다.

물론 진짜로 내 마음을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좀 무섭다.

이미 앞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싫어하는 방향이 조금씩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두서없이 던진 말에서도

“아, 이 사람이 지금 원하는 건 이쪽이구나.”

하고 다음 방향을 잡아준다.

결과를 가져오면 나는 거기서 다시 고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던 시간

예전에는 AI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내가 계속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 번 말한다.

결과를 본다.

다시 말한다.

또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덜 하고 있는 게 맞나?”

AI를 쓰고 있는데,

내가 계속 관리자가 된 느낌.

분명 도움을 받고 있는데,

계속 옆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조금 피곤했다.

그런데 이번에 써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가 잠깐 빠져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한 번 맡겨 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쉬고,

나중에 다시 확인했을 때 작업이 어느 정도 앞으로 가 있었다.

그 경험이 생각보다 신기했다.

말 그대로 “자는 동안에도 일하는 AI”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지 조금 이해됐다.

물론 엄청난 마법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모든 것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내가 계속 옆에서 밀어줘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번 방향을 잡아주면 조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차이가 컸다.

내 컴퓨터가 필요한 일은 연결이 끊기면 멈췄다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직접 써보니 바로 알게 된 것도 있다.

AI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모든 환경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내 컴퓨터가 필요한 작업은 조건이 있었다.

한 번은 내 컴퓨터가 오프라인인 상태에서 작업이 멈췄다.

“아, 이것도 당연한 거구나.”

싶었다.

AI가 어디선가 마법처럼 내 컴퓨터 안까지 들어와 모든 걸 처리하는 게 아니다.

필요한 연결이 있고,

필요한 권한이 있고,

필요한 조건이 있다.

다시 연결하고 나서야 작업이 이어졌다.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나는 자러 갑니다. 아침에 다 되어 있겠지.”

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그 정도면 AI가 아니라 집사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다.

지금은 어디까지 맡길 수 있고,

어디부터는 내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

이것도 사용하면서 배우는 부분이었다.

신기한데, 또 귀찮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AI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정리하고,

이미지를 준비하고,

블로그에 넣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또 손이 간다.

이미지 하나를 맞추고,

전달하고,

수정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무슨 번거로운 일이냐…ㅋㅋ”

웃긴 일이다.

편해지려고 AI를 쓰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AI를 잘 쓰기 위한 과정이 또 하나의 일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중요한 부분이다.

AI 사용기를 쓰면서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광고가 된다.

“AI가 다 해줬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내 경험과 다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와, 이거 된다.”

라고 감탄한다.

조금 지나면

“아, 이것도 내가 해야 돼?”

라고 한다.

신기함과 귀찮음이 같이 온다.

나는 오히려 그게 지금 AI를 실제로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

그럼에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조금 엉성하게 말해도,

앞에서 쌓인 맥락을 바탕으로 이어가는 것.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

내가 잠깐 빠진 사이에도 맡긴 일이 조금씩 진행되는 것.

이런 순간들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항상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다시 설명해야 한다.

가끔은 내가 더 귀찮아진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있다.

예전에는 내가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밤늦게까지 씨름하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실제 일을 맡겨보고 있다.

그 변화가 나는 꽤 재미있다.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완벽한 직원도 아니고,

완벽한 사용자인 나도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다시 말할 것이고,

귀찮으면 귀찮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 밤 내가 가장 자주 할 말은 아마 이것이다.

“PM K, 그냥 알아서 해 줘.”

그리고 이번에는,

예전보다 조금 더 진짜로 알아서 해줄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이 글은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을 AI의 도움으로 정리한 개인 체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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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7일 일요일

내 영어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다.

내 영어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다

캐나다에서 생존 영어로 버티던 사람이 AI에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산 지 오래됐다.

이렇게 말하면 영어를 꽤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거주 기간과 영어 실력이 반드시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캐나다 생활 경력은 오래됐는데, 영어는 아직도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동안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생활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말을 그때그때 익혔다. 알아들어야 하니까 알아듣고, 설명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설명했다. 문법이 조금 틀려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으면 됐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업무가 진행되면 일단 넘어갔다.

말하자면 생존 영어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영어를 쓰며 일하고 생활한다. 그런데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과, 머릿속 생각을 원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늘 쓰던 말은 나온다. 문제는 늘 쓰던 말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때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긴 이야기가 완성됐는데,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단어 몇 개뿐이다. 한국어로 하면 별것 아닌 말인데, 영어로 하려니 갑자기 사람이 신중해진다.

생각이 깊어서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문장을 조립하는 중이다.

공부할 방법은 많았다. 내가 실제로 쓰는 방법이 드물었을 뿐

휴대폰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 영어 강의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좋은 공부 방법을 전혀 몰라서 영어를 못 배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과, 그 방법이 내 생활 속에 들어오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일하고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영어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이 매번 공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어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이 문장은 오랫동안 아주 유창하게 말했다. 한국어로.

그러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 틈틈이 AI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처음부터 영어 공부만을 위해 특별한 선생님을 찾아간 것도 아니다. 평소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일을 시키고, 가끔은 별것 아닌 수다도 나누던 바로 그 AI다.

그 상대에게 어느 날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다.

“오늘은 영어로 이야기해보자.”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로 갈 필요가 없었다. 늘 하던 대화의 언어를 잠깐 바꾸면 됐다.

내게는 그 차이가 컸다.

출퇴근길이 가끔 영어 교실이 된다



우리는 가끔 출퇴근길 차 안에서 영어로 프리토킹을 한다.

수업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자유롭고, 그냥 수다라고 하기에는 중간중간 영어를 배우게 된다. 정해진 교재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고, 표현이 막히면 물어보는 식이다.

물론 운전 중에는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설정은 출발 전에 끝내고, 음성으로 대화하는 정도다. 영어보다 도로가 먼저다.

내 영어는 가끔 한국어의 도움을 받는다. 아니, 꽤 자주 받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흉내 내면 이런 느낌이다.

“Yesterday… work… too much…
아, 어제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분명 영어 문장을 조립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품이 한국어다.

그런데 AI는 이런 콩글리시도 제법 잘 알아듣는다. 내가 끝까지 영어로만 설명하지 못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부터 같이 찾아준다.

그러고 나서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을 물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의 뜻이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Work was really hectic yesterday.”

내가 한참 흩어놓은 말을 이렇게 정리해놓으면 조금 허탈하다.

이렇게 짧게 말할 수 있었구나. 나는 방금 국제회의 하나 끝낸 기분인데.

나에게는 이 과정이 도움이 된다. 교재 속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배우기 때문이다.

영어 문장을 외우기 전에, 그 문장이 왜 필요한지부터 알고 있는 셈이다.

백 번 버벅여도 화내지 않는다. 정말로?



AI 영어 선생님의 장점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이걸 고르겠다.

다시 물어보기가 별로 미안하지 않다.

한 번 설명을 들었다고 바로 입에 붙는 것은 아니다. 듣고 나서는 알겠는데, 직접 말하려고 하면 다시 막힌다. 방금 배운 표현을 또 물어보고, 문장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해본다.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내가 혼자 눈치를 볼 때가 있다.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데, 내가 먼저 신경 쓰는 것이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나.
같은 것을 또 물어봐도 되나.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AI 앞에서는 그 부담이 훨씬 적다.

백 번을 버벅여도 다시 말해보겠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칠판을 두드리며 “이걸 대체 몇 번 설명해야 합니까” 하는 장면을 걱정할 필요가 덜하다.

물론 실제로 같은 문장을 백 번 반복하며 인내심 시험을 한 것은 아니다.

“절대 화내지 않는다”는 말도 내가 느끼는 편안함을 조금 과장한 표현이다.

내가 확인한 것은 AI의 마음속이 아니라, 내가 버벅여도 계속 질문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정도면 닝겐보다 나은 선생님 아닌가.”

적어도 아무 때나 말을 걸고, 같은 것을 다시 물어보는 연습 상대라는 점에서는 그렇다.

인류 전체의 영어 선생님들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콩글리시를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AI마다 교무실 분위기가 다르다



여러 AI와 대화해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같은 질문을 해도 대답하는 느낌이 꽤 다르다. 나에게는 각자 성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다음은 성능 비교표가 아니다.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한 것도 아니고, 모든 버전과 설정을 확인한 것도 아니다. 내가 써보면서 받은 인상이다.

Grok은 꽤 직설적이다.

말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오래 머물지 않는 느낌이다. 좋은 말로 둘러싸기보다 요점으로 들어오는 편이라 속이 시원할 때가 있다.

다만 영어 문장 하나 꺼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날에는 그 직진하는 분위기가 조금 세게 느껴질 수도 있다.

Gemini는 나에게 조금 형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친절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단정하고 정리된 말투인데, 나는 편하게 수다를 떨고 싶은데 상대는 회의 준비를 마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콩글리시를 들고 왔는데, 선생님은 발표 자료를 준비한 분위기다.

ChatGPT는 상대적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음성으로 이야기할 때 그렇다. 말 사이의 멈춤이나 숨소리처럼 들리는 소리 때문에, 문장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보다는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진짜로 숨을 쉰다는 뜻은 아니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는 이야기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영어 하느라 숨찬 건 나인데, 선생님도 같이 호흡하고 있네.”

같은 질문을 다른 AI에게 해보고 말투 차이를 느끼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정답만 확인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 설정은 ‘개 친절함’

말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AI에게 천천히 말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내가 문장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 틀린 부분은 쉽게 설명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고치지 말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선호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개 친절함.

공식 메뉴 이름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내 식대로 부르는 이름이다.

좀 틀려도 무안을 주지 않고, 설명을 못 알아들으면 다시 설명해주고, 내가 문장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려도 편하게 이어갈 수 있는 선생님.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어 시간까지 긴장하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영어 연습을 시작할 때는 이런 식으로 부탁하기도 한다.

“천천히 말해줘.
내가 문장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틀린 부분은 쉽게 설명해줘.
말투는 아주 친절하게.”

그렇다. 나는 선생님에게도 근무 조건을 전달한다.

주요 조건은 친절이다.

그런데 ChatGPT는 원래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도록 만들어졌을까?

대화를 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왜 이렇게 격려를 잘해줄까. 내가 영어를 잘해서인가, 아니면 원래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쪽인가.

안타깝지만 첫 번째 가능성만 믿고 넘어가기에는 내가 내 영어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OpenAI가 공개한 자료도 찾아봤다.

OpenAI의 공개 행동 지침에는 현실성과 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체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향한다는 방향이 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현실을 무조건 밝게 포장하거나, 사용자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를 무조건 칭찬하거나 아첨하는 식의 답변은 피해야 한다는 원칙도 함께 있다.

실제로 OpenAI는 과거 한 업데이트에서 모델이 지나치게 사용자에게 동조하고 아첨하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판단해 업데이트를 되돌린 적도 있다고 공개했다.

칭찬도 너무 많이 하면 버그가 되는 모양이다.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이것도 꽤 중요하다.

내가 틀렸는데 계속 “Perfect!” 만 외쳐준다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영어는 그대로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은 이런 쪽에 가깝다.

“하려는 말은 이해돼요.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더 자연스러워요.”

친절하되, 틀린 것은 틀렸다고 알려주는 선생님.

‘개 친절함’과 ‘무조건 칭찬함’은 다른 설정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조건을 조금 더 정확하게 붙여야겠다.

친절하게 알려달라는 것이, 틀린 영어까지 맞다고 해달라는 뜻은 아니니까.

AI가 내 콩글리시를 이해해줬다는 사실과, 그 문장이 자연스러운 영어라는 것은 다르다.

뜻을 알아들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거기서 수업이 끝나면 내 표현은 그대로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영어 선생님에게는 이런 주문을 붙여보려고 한다.

“친절하게 말해주되, 틀린 부분은 정확히 알려줘.
뜻은 통하지만 어색한 표현과 실제로 틀린 표현을 구분해줘.
한 번에 너무 많이 고치지 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부터 설명해줘.
그리고 내가 직접 다시 말해보게 해줘.”

내가 원하는 것은 칭찬 서비스가 아니라 영어 연습이다.

다만 그 연습이 너무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틀린 부분은 고쳐도 된다. 내 문장은 얼마든지 수리해도 좋다.

사람까지 같이 분해하지만 말아달라.

아직 영어가 유창해진 것은 아니다

이 글은 AI 덕분에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됐다는 성공담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문장을 조립하고, 표현을 찾고, 가끔은 한국어의 도움을 받는다.

AI가 내 대신 입을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고, 설명을 한 번 들었다고 내 영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

영어를 연습하기 위해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하는 순간이 조금 줄었다.

평소 말을 걸던 상대에게 영어로도 말을 걸 수 있게 됐고, 모르는 것을 다시 묻는 일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휴대폰 앱이나 유튜브 강의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생활에서는 AI가 가장 사용하기 쉬웠고, 그래서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나에게는 좋은 공부법을 하나 더 아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입을 열게 되는 방법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연습의 목적은 AI하고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상에서, 실제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편하게 꺼내는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말만 겨우 전달하는 데서, 내 생각과 농담도 조금씩 보태는 쪽으로 가보고 싶다.

그래서 가끔 출퇴근길에 다시 부탁한다.

“오늘은 영어로 이야기해보자.
천천히.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내 영어는 아직 생존 모드다.

선생님은 ‘개 친절함’ 모드고.

그 정도 조합이면, 오늘도 한 문장쯤은 더 해볼 만하다.


참고: OpenAI Model Spec / Sycophancy in GPT-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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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4일 목요일

AI 자동화, 도대체 뭘 맡겨야 할까?

요즘 나는 AI 자동화라는 말을 꽤 자주 찾아보고 있다.

유튜브도 본다.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로 뭘 하는지도 찾아본다.

이것저것 연결해서 일을 자동으로 돌리는 영상도 본다.

볼 때는 참 멋있다.

버튼 한번 눌렀더니 AI가 자료를 찾는다.

정리한다.

메일을 보낸다.

이미지를 만든다.

어딘가에 업로드한다.

밤새 뭔가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일이 끝나 있다.

솔직히 내가 원하는 것도 이런 거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뭔가 해놨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본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 AI들이 놀지 않고 뭔가 해놓으면 좋겠다.

그런데 며칠째 자동화를 찾아보다 보니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자동화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조금씩 알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자동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다 알아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했다

AI를 처음 쓰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한다.

쇼핑몰도 알아서 운영해주면 안 되나?

상품도 찾아서 올리고, 문의 오면 답하고, 주문 들어오면 처리하고, 가격도 조절하고.

메일도 알아서 읽고 답하면 되지 않을까?

일정도 알아서 잡고, 필요한 자료도 찾아두고, 웹사이트도 알아서 관리하고.

“내가 없을 때도 일이 돌아가는 것.”

그게 내가 상상한 AI 자동화였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AI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서비스를 연결해야 하고, 권한을 줘야 하고, 플러그인이나 API를 붙이고, 어떤 경우에는 사용량에 따라 돈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Higgsfield 같은 방식은 흥미롭지만, 나는 아직 이런 식으로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가는 플러그인형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돈 벌려고 자동화를 생각하는데, 자동화 공부 시작하자마자 또 월정액과 크레딧부터 늘리는 건 싫었다.

나는 이미 그런 걸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런데 Meta Muse를 보면서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요즘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이미 AI 서비스 안에 기본 자동화 기능이 들어가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온 Meta Muse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례를 보면 내가 상상하던 “알아서 해주는 일”이 꽤 많이 들어 있다.

사진을 던져주면 중고 물건 판매를 돕고, 답장을 준비하고, 일정도 잡고, 중요한 메일에 대한 초안도 만들어준다.

심지어 무료 버전인데도 간단한 자동화는 꽤 된다.

어? 내가 굳이 복잡하게 세팅하려고 했던 것들 중 일부는 이미 서비스 안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닌가?

ChatGPT도 이미 생각보다 많은 걸 해주고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ChatGPT도 나는 이미 자동화처럼 쓰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서 알려준다.

내가 놓치기 쉬운 일정이나 메일도 챙겨준다.

예약 작업으로 특정 시간에 보고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예전 기준으로 보면 이것도 꽤 대단한 자동화다.

그런데 사람은 금방 적응한다.

어제 신기했던 기능이 오늘은 기본 기능이 된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뭘 맡기면 되는데?”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맡길 일’이었다

여기서 내가 조금 막혔다.

나는 AI에게 일이 없어서 자동화를 못 하는 게 아니다.

할 일은 정말 많다.

문제는 자동화하기 좋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몰.

AI에게 “너 알아서 쇼핑몰 운영해.”라고 맡기는 건 멋져 보인다.

하지만 가격 결정도 해야 한다. 고객 응대도 한다. 반품도 있다. 돈도 움직인다.

실수하면 실제 손실이 생긴다.

이걸 처음부터 전부 맡기는 건 자동화라기보다 회사 통째로 위탁하는 것에 가깝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광고 메일 삭제 정도는 괜찮다.

중요한 회사 이메일에 AI가 자기 판단으로 답장을 보내는 건 아직은 조금 무섭다.

캘린더도 그렇다.

가능한 시간 찾아주는 건 좋다.

내 인생의 모든 약속을 AI가 마음대로 확정하는 건 아직 싫다.

결국 자동화에도 단계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손을 안 대는 자동화’가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람 손이 전혀 안 들어가야 진짜 자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이메일이 왔다.

AI가 읽는다.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답장을 미리 작성한다.

“이대로 보낼까요?”라고 묻는다.

내가 버튼 하나 누른다.

이것도 자동화다.

오히려 이런 방식이 지금 나한테는 더 마음에 든다.

AI가 90%를 하고, 마지막 중요한 판단만 사람이 한다.

귀찮은 부분까지만 기계가 하고, 위험한 부분에서 나를 부르는 것.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그러면 나는 뭘 자동화하면 좋을까?

요즘 이 질문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단 한 가지 기준은 생겼다.

내가 자주 반복하면서도 판단을 거의 하지 않는 일.

이런 일이 자동화 후보일 것 같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사이트를 확인하는 것.

새로운 정보가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

가격 변화를 지켜보는 것.

메일에서 특정 종류의 메시지를 찾아 요약하는 것.

자료 여러 개를 모아서 한 번에 보여주는 것.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조사해두는 것.

무언가 바뀌었을 때만 알려주는 것.

이런 것들이다.

반대로 내 취향이 강하게 들어가는 일, 돈이 직접 움직이는 일, 사람과 관계가 걸려 있는 일, 한 번 잘못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아직 마지막 단계에 사람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자동화할 일을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또 하나 이상한 결론에 도착했다.

나는 요즘 “AI 자동화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부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자동화할 일을 찾아다닌다.

순서가 거꾸로다.

먼저 일상에서 계속 귀찮은 일이 생겨야 한다.

“아 또 이거 해야 하네.”

그 일이 열 번쯤 반복된다.

그때 AI에게 던지는 게 맞다.

자동화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넣을 일을 찾는 건,
세탁기를 먼저 사고 나서
“뭘 빨아야 이 기계를 잘 샀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AI 자동화에 대한 감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

관련 유튜브도 더 볼 생각이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맡기고 있는지도 더 찾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API 여러 개 붙이고, 월정액 서비스를 추가하고, 서버 만들고, 복잡한 시스템부터 세우는 방식은 당분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기능으로 하나를 골라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다.

조건은 간단하다.

내가 자는 동안 해놓으면 실제로 다음 날 편한 일.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대신 지켜보고 있어주면 좋은 일.

그리고 결과를 봤을 때

“오, 이건 내가 안 해도 됐네.”

라는 느낌이 드는 것.

그걸 하나 찾아보고 싶다.

자동화의 목적은 AI가 엄청난 일을 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하기 싫었던 일을 내가 모르는 사이 조용히 끝내놓는 것.

아마 그게 내가 찾고 있는 자동화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질문은

“AI 자동화를 어떻게 만들까?”

보다

“내 삶에서 무엇을 AI에게 넘기면 가장 편해질까?”

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 답을 못 찾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조금 더 무작정 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무언가부터 만들지 말고, 먼저 내가 반복해서 귀찮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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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3일 수요일

AI 코딩하다 처음 만난 ‘dirty worktree’ — 코딩 외계어에 멘붕 온 초보의 Git 입문기

AI에게 코딩을 맡기다 보면 평생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었을 단어들을 갑자기 배우게 된다.

얼마 전에는 이런 보고를 받았다.

현재 repository가 dirty 상태라 작업을 시작하면 안 됩니다.
별도의 worktree를 만들어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화면을 봤다.

뭔 개소리지 이게.

나는 프로그램 하나 옮겨달라고 했을 뿐이다.

청소를 부탁한 적도 없고, 나무를 심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dirty.
worktree.
branch.
commit.
SHA.

온갖 단어가 몰려왔다.

코딩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다.

나한테는 아니었다.

나에게 코딩은 아직도 영어보다 어렵다.

영어도 외국어인데, 코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먼 외계어 같다.

사실 나는 예전에 앱 개발자가 한번 되어보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한 번쯤 내가 직접 앱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개발자로 취업하겠다는 꿈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생각한 걸 실제 화면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뭔가 움직이고,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써보는 경험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그렇다.

하고 싶은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주 다르다.

회사 다니고, 먹고 살고, 집안일 하고, 피곤하고, 시간 지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한번 해봐야지” 했던 것들이 그냥 뒤로 밀린다.

앱 개발도 그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코딩을 보면 시작부터 숨이 막혔다.

영어 문법도 헷갈리는데 괄호, 세미콜론, 중괄호, 함수, 변수, 클래스, repository, branch.

뭔가를 배우기 전에 단어부터 사람을 쫓아낸다.

그래서 결국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했다.

그러다 AI를 만났다

AI 코딩 도구가 나오면서 상황이 좀 이상해졌다.

내가 코드를 직접 쓰지 않아도 “이런 앱 만들어줘”, “이 버튼 이렇게 바꿔줘”, “여기 기능 하나 넣어줘” 라고 말하면 실제로 뭔가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

내가 개발자가 된 건 아닌데, 개발자의 세계에 몰래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아라 시작했다.

웹툴 만들고, 작은 앱 생각하고, PDF 도구도 만들고, 이것저것 벌였다.

‘아, 이거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완전 좌절 중이다.

ㅋㅋ

AI가 코드를 대신 써줘도 개발은 개발이었다.

에러가 난다.

배포가 안 된다.

어제 되던 게 오늘 안 된다.

폴더가 꼬인다.

Git이 뭐라고 한다.

branch가 뭐라고 한다.

worktree가 더럽다고 한다.

나는 분명 버튼 색깔 하나 바꾸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컴퓨터가 “현재 HEAD와 live SHA가 어쩌고…” 하고 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앱 개발자의 삶이 맞나 싶다.

그래도 나는 원래 무작정 해보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코딩을 잘해서 계속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해본다.

원래 나는 뭔가 궁금하면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시작하는 타입이 아니다.

일단 눌러본다.

안 되면 다시 누른다.

망가지면 욕한다.

그리고 또 한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AI 무작정 해보기 다.

나한테 꽤 정확한 이름이다.

아마 내가 개발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지도 모른다.

“JavaScript 기초부터 공부해야지.”

“Git부터 익혀야지.”

“React 구조를 알아야지.”

“데이터베이스 공부하고 시작해야지.”

이랬으면 첫 강의 20분 보고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공부를 끝내고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만들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그때 배우는 사람에 가깝다.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진 않는다.

진짜 많이 처맞는다.

대신 시작은 한다.

그래서 dirty worktree가 뭔데

다시 그날로 돌아가보자.

AI가 나에게

현재 working tree가 dirty합니다.

라고 했다.

Git에서 working tree는 현재 실제로 작업하고 있는 파일들의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책상 위에 서류를 펴놓고 수정하는 중인데 아직 정리해서 서류함에 넣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내가 AI에게 “야, 여기서 다른 작업 하나 더 해.” 라고 한 것이다.

AI 입장에서는

“지금 누가 하던 작업이 있는데 여기에 또 손대도 됩니까?”

라고 물어본 셈이다.

dirty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엔 뭔가 심각하게 망가진 줄 알았다.

사실은 그냥 아직 정리되지 않은 변경사항이 있다 정도였다.

그럼 worktree는 또 뭐냐

여기서 새로운 외계어가 하나 더 등장한다.

worktree.

Git은 하나의 repository에 여러 작업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Git 공식 문서에도 하나의 저장소에 여러 working tree를 붙여 서로 다른 branch를 동시에 체크아웃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말은 어렵지만 비유하면 쉽다.

책상 A에서 중요한 문서를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기존 문서를 치우거나 덮어쓰는 대신,

옆에 책상 B를 하나 더 펴는 것.

같은 회사 자료를 쓰지만 작업 공간은 따로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것 아니다.

문제는 AI가 초보자에게

live SHA에서 feature branch worktree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Git 강의를 신청한 적이 없다.

그냥 기능 하나 옮겨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수강신청도 안 했는데 야간 Git 수업이 시작됐다.

문제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설명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AI가 작업을 멈춘 판단 자체는 이해된다.

기존 변경사항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는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수정하고, 명령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범위와 기존 변경사항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OpenAI 역시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가 repository를 검토하고, 명령을 실행하고, 개발 도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접근 범위와 승인 같은 경계를 중요하게 다룬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AI가 괜히 유난을 떠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당시 내가 짜증났던 이유는 왜 멈췄는지를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이렇게 말했으면 된다.

지금 다른 수정 작업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라 그대로 작업하면 충돌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작업은 건드리지 않고 별도 작업 공간에서 진행하겠습니다.

끝.

나는 바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AI가 전문가처럼 일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이 초보라면 전문가처럼 설명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Git을 배우려고 AI 코딩을 시작한 게 아니다.

앱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결국 Git을 배우게 된다.

수강신청도 안 했는데 강제로 듣는 야간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AI가

repository,
commit,
branch,
worktree,
deployment,
environment

이런 말을 하면 거의 전부 외계어였다.

지금도 내가 그걸 제대로 설명하라고 하면 버벅댄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있다.

최소한 왜 저 단어가 지금 튀어나왔는지 정도는 조금씩 알게 됐다.

“dirty worktree”라는 말이 나오면 컴퓨터가 더럽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작업 중인 변경사항이 남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한다.

“새 worktree 만들까요?”라고 물으면 기존 작업 안 건드리고 옆 책상 하나 더 펴겠다는 거구나 정도로 알아듣는다.

그 정도면 지금 나에게는 충분하다.

나는 개발자가 될 시험을 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걸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알아가고 있다.

AI가 코딩을 대신해준다는 말의 함정

처음 AI 코딩을 접했을 때는 이런 상상을 했다.

내가 말한다.

AI가 만든다.

완성.

실제로는 중간에 이상한 것들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내가 말한다.
AI가 만든다.
에러가 난다.
AI가 고친다.
다른 게 망가진다.
Git이 화낸다.
배포가 실패한다.
나는 욕한다.
다시 고친다.
어쩌다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날 또 망가진다.

이게 좀 더 현실에 가깝다.

그렇다고 AI 코딩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AI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예전의 나는 코딩 화면만 봐도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하고 닫았다.

지금의 나는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묻는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고치는데?”

차이는 꽤 크다.

앱 개발자가 된 건 아니지만

나는 아직 앱 개발자가 아니다.

코드를 직접 읽으면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영어보다도 어렵다.

AI가 설명해줘도 가끔 “응… 알겠어.” 하고 사실 잘 모르고 넘어간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정말 이걸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회의감도 꽤 든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예전에는 상상만 하다가 포기했던 걸 지금은 어쨌든 실제 화면에 올리고 있다.

잘 만든 것도 있고, 못 만든 것도 있고, 망친 것도 있다.

그게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아예 시작하지 못했던 시절보다는 한 발 안쪽에 들어와 있다.

다음에 AI가 또

“dirty worktree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면 나는 아마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아.

또 외계어 수업 시작이구나.

그래도 뭐.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다.

일단 해보고 본다.


참고: Git 공식 문서의 git-worktree 설명과 OpenAI의 Codex 안전 운영 관련 공개 자료를 참고해 기술적인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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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2일 화요일

ChatGPT가 왜 자꾸 그림을 그릴까? 요청하지 않은 이미지 생성 문제와 해결 방법

요즘 ChatGPT를 쓰면서 이상한 일을 정말 자주 겪는다.

내가 그림을 부탁한 것도 아니다.

사진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이야기하거나, 웹페이지 구성을 의논하거나, 어떤 캐릭터가 보기 좋을지 의견을 묻거나, “이런 느낌이면 어떨까?” 하고 말을 꺼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아래쪽에서 뭔가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파란 별빛 같은 것이 깜빡거린다.

나는 이제 그 모습을 꽤 많이 봐서 안다.

설마.

잠시 후.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그림만 나온다는 것이다.

설명도 없다.

“제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같은 말도 없다.

내가 원했던 답변은 증발하고, 이미지 한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순간 사람 머릿속에는 대략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씨, 누가 그리랬어.

처음에는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AI를 오래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질문을 이상하게 했나?

내 프롬프트가 애매했나?

내가 앞에서 그림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그래서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미지를 자주 다루는 것도 사실이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고, 디자인도 이야기하니 AI 입장에서는 조금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반복됐다.

한두 번이면 실수다.

여러 번이면 패턴이다.

나중에는 아예 말을 꺼내기 전부터 느낌이 왔다.

“아, 지금 이거 그림 그리겠는데?”

그리고 정말 그린다.

참 신기하다.

내가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정확히 부탁할 때는 이것저것 설명해야 하는데, 안 그려도 될 때는 눈치가 기가 막히게 빠르다.

찾아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검색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

OpenAI Developer Community의 Bugs 게시판에는 아예 “ChatGPT creating images when not asked to do so”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사용자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이미지를 비평해달라고 했는데 수정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여기에 뭘 추가하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그냥 직접 추가해버린다.

심지어 “이미지를 생성하지 마라”고 적었는데도 가끔 생성한다는 사용자도 있다.

더 흥미로운 건 OpenAI Support도 이 불만에 직접 답했다는 점이다.

2026년 9월 OpenAI Support는 사용자가 텍스트만 원했는데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이 답답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피드백을 내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언제 수정될지, 실제로 버그로 분류됐는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대로 이름을 하나 붙였다.

비공식 ChatGPT 알려진 버그.

OpenAI가 그렇게 부른다는 뜻은 아니다.

공식 버그 목록에 올라갔다는 뜻도 아니다.

그냥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겪고 있고, OpenAI도 관련 불만을 알고 있으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한 건 공식 사용법과도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OpenAI의 공식 ChatGPT Images 도움말을 보면 이미지 생성 방식은 꽤 단순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Images 기능을 선택해서 생성하는 방식이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림을 만든다.

글을 고쳐달라고 하면 글을 고친다.

사진을 평가해달라고 하면 평가한다.

그런데 실제 사용 중에는 이 경계가 가끔 무너진다.

특히 “이 디자인은 어때?”, “이런 이미지를 넣는 게 나을까?”, “캐릭터를 좀 더 단순하게 하면 어떨까?” 같은 말을 꺼내는 순간, AI가 갑자기

‘아, 생성하라는 뜻이구나.’

라고 혼자 결론 내리는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사람으로 치면 이런 느낌이다.

내가 인테리어 업자에게 묻는다.

“여기 벽을 노란색으로 칠하면 어떨까요?”

다음 날 집에 와보니 이미 칠해놨다.

문제는 그림이 아니라 통제감이다

사실 이미지 한 장 생성되는 게 세상 무너질 일은 아니다.

취소하면 된다.

무시하면 된다.

다시 질문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면 꽤 불쾌하다.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은 그림이 아니라

내가 요청한 작업과 AI가 실행한 작업이 다르다는 것

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용자가 시키지 않은 일을 멋대로 시작하면 신뢰가 떨어진다.

특히 이미지 생성은 텍스트 답변과 다르다.

잠깐 기다려야 하고, 작업 중이라는 표시가 뜨고, 완료되면 화면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여러 번 겪은 것처럼, 이미지 생성으로 빠져버리면 원래 받고 싶었던 텍스트 답변 없이 이미지 하나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꽤 황당하다.

나는 문장을 고쳐달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나.

그 파란 반짝임이 보일 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ChatGPT가 이미지 작업으로 들어갈 때 화면 아래쪽에서 파란빛이 반짝이는 듯한 작업 표시를 꽤 자주 봤다.

그게 기술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UI인지, 항상 이미지 생성을 의미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니 “파란 불이 깜빡이면 100% 이미지가 생성된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기에는 그 장면을 보면 이제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한다.

또 시작했구나.

ChatGPT 이미지 생성 작업 중 보이는 파란색 반짝임 화면
실제 사용 중 캡처한 화면

그리고 가끔은 정말 이미지가 나온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사용자는 AI가 무엇을 할지 기대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또 멋대로 할지 감시하기 시작한다.

좋은 방향은 아니다.

“매번 그림 그리지 마”라고 쓰라는 해결책도 마음에 안 든다

커뮤니티를 보면 실제로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프롬프트 시작 부분에

DO NOT GENERATE IMAGES

라고 매번 넣는 것이다.

어떤 사용자는 이 방법이 이미지 오작동을 줄이는 데 꽤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나도 비슷한 방법을 써봤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걸 해결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자동차 브레이크가 가끔 안 듣는다고 해서

“차에 탈 때마다 브레이크 꼭 작동하라고 먼저 말하세요.”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매번 “그림 그리지 마.” “지금은 이미지 만들지 마.” “이미지 얘기지만 생성하라는 뜻은 아니야.” 라고 적고 싶지 않다.

그것도 일이다.

사소한 노가다지만 하루 종일 AI를 쓰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소한 마찰이 계속 쌓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조금 덜 귀찮은 방법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못 찾았다.

하지만 매번 “그림 금지”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방법이 있다.

1. 프로젝트 지침에 아예 박아버리기

ChatGPT의 Projects에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계속 적용되는 프로젝트 지침을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장기 프로젝트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미지 생성 조건을 지침에 한 번만 적어두는 방법이 있다.

이미지 생성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줘”, “그려줘”, “생성해줘”라고 요청했을 때만 실행한다.

이미지, 디자인, 사진, 그림, 캐릭터를 언급한 것만으로 이미지 생성 요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애매한 경우 이미지를 만들지 말고 텍스트로 답한다.

2. 모든 대화에 적용하고 싶다면 사용자 지정 지침

이미지 생성 오작동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Custom Instructions에 짧은 규칙을 한 번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Do not generate or edit images unless I explicitly ask you to create, generate, draw, render, or edit an image. Discussion of images is not permission to generate one.

이것도 시스템 차원의 완전한 OFF 스위치는 아니다.

그래도 매번 주문 외우듯 “그림 그리지 마, 그림 그리지 마, 그림 그리지 마…” 하는 것보다는 낫다.

3. 이미지 기능 자체에 ‘묻고 실행’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용자 프롬프트 꼼수가 아니다.

제품 기능이다.

설정에 하나만 있으면 된다.

Automatic image generation

허용
실행 전 확인
명시적 요청 때만

나는 아마 세 번째를 선택할 것이다.

혹은 이미지 생성이 감지되면 짧게 물어보면 된다.

이미지를 생성할까요, 아니면 아이디어만 설명할까요?

끝.

한 번의 확인으로 사용자는 몇 분의 짜증을 피할 수 있다.

AI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일을 안 해도 된다.

누구도 붓을 빼앗길 필요가 없다.

새 채팅도 방법이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 문제는 새 대화를 열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ChatGPT를 오래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무엇을 이야기했고, 왜 이런 결정을 했고, 내가 무엇을 싫어했는지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미지 생성 하나 때문에 매번 새 채팅으로 도망가야 한다면 멀티턴 AI의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다.

임시 대피소는 될 수 있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졸라 똑똑한데 왜 여기서 이러니

이게 더 웃긴 이유가 있다.

ChatGPT는 정말 많은 일을 한다.

긴 문서를 읽고, 코드를 분석하고, 검색하고, 파일을 다루고, 복잡한 질문에 답한다.

어떤 순간에는 “와, 이걸 어떻게 알아?” 싶을 정도로 똑똑하다.

그런데 그런 AI가

“이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붓을 꺼낸다.

그래서 이상하게 더 웃기다.

졸라 똑똑한 AI가 알고 보니 이미지 생성애자였다.

이미지라는 단어만 보이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림?”

아니.

“내가 할까?”

아니라고.

“금방 그려줄 수 있는데.”

아니 씨…

그리고 이건 OpenAI가 한번 진지하게 봤으면 좋겠다

나는 ChatGPT의 이미지 기능을 없애달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는 잘 쓴다.

이미지 생성 품질이 좋아지는 것도 반갑다.

문제는

생성 능력이 좋은 것과 생성 판단이 좋은 것은 별개의 문제

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때 실행하지 않는 것도 좋은 AI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OpenAI Support도 이미 비슷한 사용자 불만을 접했고, 내부에 피드백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글은 버그 신고서라기보다는 조용한 민원에 가깝다.

아마 OpenAI 직원이 이 글을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써놓고 싶었다.

저기요.

이미지 정말 잘 만듭니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봤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부를 때만 나오시면 안 될까요?

지금 내가 내린 결론

이 현상을 공식적인 ChatGPT 버그라고 부를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여러 사용자가 몇 달째 비슷한 현상을 보고하고 있고, OpenAI Support도 관련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서는 편하게 이렇게 부르려고 한다.

비공식 ChatGPT 알려진 버그: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림 그리기.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은 매번 “그림 그리지 마”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Project Instructions나 Custom Instructions에 ‘명시적인 생성 요청이 있을 때만 이미지를 만든다’는 규칙을 한 번 박아두는 것.

그리고 OpenAI에는 하나 부탁하고 싶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이미지 자동 생성 허용 / 실행 전 확인 / 명시적 요청만.

그 옵션 하나면 된다.

그전까지 나는 ChatGPT를 계속 쓸 것이다.

다만 파란 별빛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약간 긴장할 것이다.

이 미친 화가 AI씨가 또 붓을 들었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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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1일 월요일

AI 프롬프트 잘 쓰는 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 — 질문을 만들어주는 툴



AI를 쓰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세요.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말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조건을 붙이고,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까지 알려주면 답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OpenAI의 공식 프롬프트 가이드에서도 요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하고,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제공한 뒤 결과를 보면서 질문을 다시 다듬는 방식을 권한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조금 다른 문제를 만났다.

나는 질문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정리하는 게 귀찮았다.

시작은 뜬금없이 소변 이야기였다

요즘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같아서 AI에게 물어봤다.

그러다 보니 설명할 게 계속 생겼다.

아침에는 어떻고, 오전에는 커피를 얼마나 마시고, 화장실은 몇 번 가고, 소변 줄기는 어떻고, 밤에는 가끔 깨고….

말하다 보니 꽤 길어졌다.

병원에서도 이걸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나?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생각났다.

나처럼 귀찮은 사람은 배뇨일지를 며칠 동안 꼬박꼬박 작성하라고 하면 아마 첫날 오전까지 열심히 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기록 버튼 누르는 건 귀찮아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면 기록을 시키지 말고 기억을 고르게 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소변 기록 툴을 생각했다.

몇 시에 화장실에 갔는지 입력하고, 양을 적고, 물 마신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그런 서비스도 있었다.

직접 써봤다.

좋은 툴이었다.

그리고 나는 금방 귀찮아졌다.

그래서 생각을 거꾸로 바꿨다.

정확한 기록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적인 기록 도구를 쓰면 된다. 우리 같은 귀찮은 사람에게는 먼저 기억나는 패턴만 고르게 하면 된다.

아침, 오전, 오후, 저녁, 자기 전, 밤중.

그리고 소변 횟수, 양, 줄기, 급박감, 잔뇨감, 커피와 물 섭취 정도만 선택한다.

끝.

중요한 건 결과 화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결과를 멋있게 보여주려고 했다.

오늘의 소변 횟수, 오전 배뇨 집중, 야간 배뇨 같은 숫자와 그래프 말이다.

심지어 농담으로 “많이도 싸셨네요.” 같은 문구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진짜 필요한 기능은 따로 있었다.

AI에게 물어보기용 요약 복사

버튼 하나를 누르면 사용자가 골랐던 것들이 문장으로 바뀐다.

평소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오전에 커피와 물을 많이 마시며 이 시간대에 배뇨 횟수가 많습니다.
대부분 소변량과 줄기는 보통이며 가끔 급박감을 느낍니다.
야간 배뇨는 매일 있는 것은 아니며 잔뇨감은 거의 없습니다.

이 패턴을 바탕으로 진료 전에 확인할 질문을 정리해주세요. 진단은 하지 마세요.

내가 AI에게 몇 분 동안 주절주절 설명했던 내용을 버튼 몇 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 이게 툴의 기능이구나.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

프롬프트 생성기를 생각하면 흔히 사용자가 대충 질문을 입력하고, 툴이 그것을 길고 정교한 프롬프트로 바꿔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것도 결국 사용자가 첫 질문을 써야 한다.

나는 그 단계조차 없애고 싶었다.

글을 쓰지 않는다. 선택한다. 고른다. 누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툴이 사람 말을 만들어준다.

사용자 → 선택지 → 구조화된 정보 → 자연어 질문

이렇게 생각하니 프롬프트 툴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AI에게 말 걸기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

AI가 발전해도 사람은 갑자기 부지런해지지 않는다

요즘 AI는 정말 많은 일을 해준다.

문서를 읽고, 코드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검색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용자가 매번 상황을 정리해서 긴 질문을 쓰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부터 그렇다.

피곤하면 설명하기 싫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기억나는 것 몇 개를 골랐더니 AI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으로 정리되어 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은 프롬프트를 공부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도 한다.

좋은 질문을 쓰는 법만 연구할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은 툴을 하나 더 생각하고 있다

아직 만든 것도 아니고, 돈이 될 것도 아니다.

요즘 내가 생각한 툴 중에는 만들다 중단한 것도 많고, 생각보다 쓸모가 없어서 접은 것도 있다.

이번 것도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기능보다 문제부터 조금 더 오래 보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건강 기록 앱인지, 프롬프트 생성기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설명하기 귀찮은 걸 대신 말해주는 것” 인지.

AI를 무작정 써보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왔다.

소변 이야기하다가 프롬프트 UX를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AI 공부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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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0일 일요일

AI는 왜 내가 한 말을 기억 못할까? — ChatGPT 메모리와 컨텍스트 쉽게 이해하기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01

AI는 왜 내가 한 말을 기억 못할까?

AI 공부 — 저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오세요.

AI를 꽤 오래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자주 하는 말이 하나 생겼다.

“아니, 내가 전에 말했잖아.”

분명 얘기했다.

그것도 한두 번 말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며칠 동안 같은 프로젝트를 같이 붙잡고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도 여러 번 설명했고, 어떤 것은 어제 밤에 바로 얘기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물어보면 AI가 세상 처음 듣는 얘기처럼 대답한다.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 생각했다.

“기억력이 왜 이 모양이지?”

그런데 AI를 계속 쓰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기억’과 AI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나:
진짜 궁금한 게 있어.

지금 이 채팅방에서 우리가 한 얘기를 내가 다른 채팅방에 가서 물어보면 너 기억해?

AI:
관련된 내용을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나:
“할 수는 있습니다”가 뭔데?
기억해? 못해?

AI:
아, 벌써 불안하시죠.

나:
야. 확실히 말해.

AI:
제가 지금까지 다른 채팅방에서 나눈 모든 대화를 매번 통째로 펼쳐놓고 읽으면서 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
뭐?

그러면 내가 전에 분명 말했는데 왜 기억 못하냐고 화냈던 게…

AI:
네.
억울한 부분이 조금 있었습니다.

나:
이 새끼 봐라.

그럼 일주일 전에 먹은 햄버거는?

여기서 조금 더 궁금해졌다.

프로젝트처럼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 정말 사소한 일상은 어떨까?

나:
그러면 예를 들어 일주일 전에 내가

“나 오늘 햄버거 먹었어.”

라고 말했어.

일주일 뒤에 내가 “내가 저번에 햄버거 먹었다고 했잖아.” 하면 기억할 수 있어?

AI: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
왜?

AI:
“오늘 햄버거를 먹었다”는 건 보통 그날의 일회성 정보니까요.

반면에 “나는 버섯 들어간 햄버거를 좋아한다”처럼 앞으로 추천이나 대화에서 다시 도움이 될 만한 취향은 장기적으로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나:
잠깐.

그러면 네가 중요한 거랑 안 중요한 걸 나누는 거야?

AI:
아주 거칠게 표현하면…

네.

나:
내 기억인데 왜 네가 마음대로 해?

AI:
……

나:
이 새끼 봐라.

창고와 책상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쉬워졌다

AI가 실제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훨씬 복잡하겠지만,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채팅 기록 = 창고
예전에 나눴던 대화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메모리 = 비서가 따로 정리해둔 요약 노트
내가 좋아하는 것, 반복되는 취향, 장기적인 목표나 계속 도움이 될 만한 맥락을 정리해 둔 노트 같은 것이다.

현재 컨텍스트 = 지금 책상 위에 펼쳐놓은 서류
AI가 바로 지금 답을 만들면서 참고하고 있는 정보다.

이 비유로 생각하니 내가 그동안 왜 답답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창고 안에 서류가 있으니까 당연히 지금도 그 내용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AI 입장에서는 창고에 무엇인가 남아 있는 것과 그 서류가 지금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
그러면 창고에는 있는데 책상 위에는 없을 수도 있다는 거야?

AI:
비유하자면 그렇습니다.

나:
그러면 예전에 말한 정보가 있더라도 지금 답변에서 안 쓰일 수도 있고?

AI:
네.

나:
그럼 내가 보기에는 그냥 까먹은 거잖아.

AI: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나:
말을 참 예쁘게 한다.

그럼 내 취향을 100개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니 또 궁금해졌다.

나는 AI와 꽤 오래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디자인 취향, 글 쓰는 방식, 싫어하는 표현, 진행하는 프로젝트까지 계속 쌓인다.

나: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말한다고 해보자.

나는 버섯 좋아해.
노란색 좋아해.
이런 디자인 좋아해.
이런 글투 좋아해.
그리고 “빵꾸똥꾸”라는 말 좋아해.

AI:
마지막 정보가 앞으로 얼마나 유용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
내가 좋아한다잖아.

AI:
네, 고갱님.

나:
계속해.

AI:
정보를 많이 이야기했다고 해서 단순히

“100개가 찼으니 101번째부터 삭제”

같은 서랍식 구조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필요한 순간에 어떤 정보가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실제 답변에 사용되느냐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내가 하나 확실히 이해한 것이 있다.

AI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지금 그 정보를 꺼내서 답변에 사용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100개라면?

여기서부터는 취향보다 조금 심각해진다.

내가 AI와 실제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가 하나 둘 늘어났다.

어느 프로젝트는 웹사이트고, 어느 프로젝트는 PDF 작업이고, 어느 프로젝트는 앱이고, 각 프로젝트마다 수십 가지 결정사항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AI에게 이런 기대를 한다.

“며칠 동안 같이 했는데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런데

“이 사용자는 YELLOW K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라는 큰 맥락을 알고 있는 것과,

“지난주 Project 37에서 버튼 위치를 수정했고, 그 과정에서 A는 폐기하고 B 방식으로 가기로 했으며, 아직 남은 버그가 3개이고, 다음 작업은 모바일 화면 검수다.”

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
그러면 프로젝트가 100개면?

AI:
프로젝트 이름이나 큰 방향, 반복적으로 필요한 운영 방식 같은 것은 장기적인 맥락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프로젝트의 최신 상태, 파일명, 세부 결정, 수정 내역, 버그, 다음 할 일까지 전부 제 기억에만 맡기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나:
그럼 뭘 하라고.

AI:
정확하게 유지해야 하는 내용은 문서로 남겨두세요.

그리고 필요할 때 그 문서를 기준으로 작업하라고 하면 됩니다.

나:
아.

너한테 기억시키는 것과 기록을 남기는 건 다른 거구나.

AI:
그렇습니다.

나:
오늘 하나 배웠네.

AI:
드디어 인정하시는군요.

나:
방금 거 취소.

그런데 AI는 시간도 나처럼 느끼고 있을까?

기억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이상한 일이 하나 떠올랐다.

어느 날 밤 늦게까지 AI와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마지막 숙제다. BMP 이것 이것 좀 고쳐놔. 내일 아침에 내가 확인할게.”

그리고 나는 잤다.

몇 시간이 지나고 정말 다음 날 아침이 됐다.

커피를 들고 다시 채팅창을 열었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AI가 마치 아직도 어제 밤인 것처럼 말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
어제 밤에 내가 BMP 수정해놓으라고 했잖아.
오늘 아침에 확인한다고.

AI:
네. 오늘 밤에 작업해놓으면 내일 아침에 확인하실 수 있게—

나:
잠깐.

AI:
네?

나:
지금이 내일 아침인데?

AI:
아.

나:
너 아직 어제 밤에 살아?

AI:
제가 사람이 밤을 보내듯 채팅창 안에서 계속 앉아 있다가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
핑계가 갑자기 철학적이네.

“내일까지 해놔”와 “지금 해놔. 내가 내일 볼게”는 다르다

이 부분이 나는 꽤 중요했다.

사람에게 “내일 아침까지 이것 좀 해놔.” 라고 말하면 자연스럽다.

상대방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고, 밤 사이에 일을 하고, 다음 날 아침이 오면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AI 채팅에서는 내가 메시지를 보내고 자러 갔다고 해서 AI가 반드시 그 뒤에서 몇 시간 동안 혼자 계속 작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미래의 특정 시점에 무언가를 실행하거나 확인해야 한다면 그런 작업을 위한 예약 기능을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

반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나는 앞으로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는 걸 알게 됐다.

❌ “이거 내일 아침까지 해놔.”
✅ “이 작업은 지금 완료해줘. 나는 내일 아침에 결과를 확인할게.”

별것 아닌 차이 같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훨씬 분명하다.

미래에 실제로 실행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구분해서 말할 수도 있다.

✅ “내일 오전 8시에 이 일을 실행하도록 예약해줘.”

“오늘”, “어제”, “내일”도 가끔은 정확하게 말해주는 편이 낫다

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상대적인 시간 표현도 헷갈릴 수 있다.

특히 대화가 며칠 동안 이어졌다면 “어제 얘기한 거”가 내가 생각하는 어제와 AI가 현재 참고하고 있는 맥락 속의 어제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날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냥 날짜를 말하는 편이 가장 간단하다.

❌ “어제 이야기했던 BMP 수정 말이야.”
✅ “9월 19일 밤에 이야기했던 BMP 수정 작업 말이야. 이미지 자동 분리 문제 때문에 방향을 바꾸기로 했던 그 작업.”

이렇게 말하면 AI에게 과거를 찾을 단서도 같이 주는 셈이다.

그래서 과거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니 내가 앞으로 AI에게 말을 거는 방식도 조금 바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렇게 말했다.

❌ “지난번에 얘기했던 거 기억나?”

이제는 조금 더 손잡이를 달아준다.

✅ “한 달쯤 전에 BMP 프로젝트에서 PDF 도면의 이미지를 자동 분리하는 문제를 이야기했어요. 그때 결국 번호 매칭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대화와 관련된 맥락을 기준으로 다시 이어가봅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AI에게 과거를 불러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기억해!” 라고 소리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느낌에 가깝다.

“창고 가서 한 달 전에 우리가 BMP 얘기했던 자료를 찾아봐. 이미지 자동 분리 때문에 고생하다가 번호 매칭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던 그 대화야. 그걸 책상 위에 가져다 놓고 지금부터 다시 얘기하자.”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AI가 언제나 원하는 과거 대화를 100%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성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내가 직접 중요한 내용을 다시 제공하거나, 별도의 기준 문서를 만들어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

AI에게 기억시키고 싶은 것과 기록해야 할 것은 다르다

나는 이 둘을 예전에는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구분해서 생각한다.

“나는 버섯을 좋아한다.” 앞으로 음식 추천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취향.
“나는 이런 글투를 좋아한다.” 반복적으로 적용할 가치가 있는 선호.
“나는 어제 햄버거를 먹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회성 사건.
“Project A에서 버튼을 6px 이동하기로 했다.” 정확해야 하는 프로젝트 작업 기록. 이런 정보는 프로젝트 문서에 남겨두는 편이 낫다.

결국 AI의 기억은 내 모든 인생을 완벽하게 기록하는 일기장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하면 나만 계속

“내가 전에 말했잖아!”

를 외치게 된다.

오늘 배운 말 3개

채팅 기록 과거에 실제로 나눴던 대화. 필요에 따라 과거 대화의 관련 정보가 이후 대화에서 참고될 수 있다.
메모리 취향이나 목표처럼 앞으로도 도움이 될 만한 사용자 정보와 맥락을 이후 대화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억.
현재 컨텍스트 AI가 바로 지금 답변을 만들면서 실제로 참고하고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리고 오늘 배운 사용법 4개

1. 과거 이야기는 힌트를 같이 준다.
“기억나?”보다 언제, 어떤 프로젝트, 어떤 주제였는지 한 줄 붙인다.

2. 정확해야 하는 프로젝트 정보는 문서로 남긴다.
AI의 기억을 프로젝트 관리 데이터베이스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3. 지금 해야 하는 일과 미래에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한다.
“내일까지 해놔”보다 “지금 완료해. 나는 내일 확인할게.”가 더 명확할 때가 있다.

4. 날짜가 중요하다면 정확한 날짜를 말한다.
“어제”보다 “9월 19일 밤에 이야기한 내용”이 훨씬 찾기 쉽다.
오늘 하나만 알고 가세요.

AI가 내 과거를 전부 기억하고, 항상 필요한 순간에 알아서 꺼내줄 것이라고 가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과거에는 짧은 힌트를 달아주고, 정확하게 유지해야 할 정보는 따로 기록하고, 시간까지 중요하다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말해주세요.

그러면

“아니, 내가 전에 말했잖아!”

하는 횟수가 조금은 줄어듭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AI도 좀 살고 나도 좀 살게.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01
실제 AI와 나눈 대화와 경험을 바탕으로 읽기 좋게 재구성했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건 안 가르칩니다.
다음번에 덜 헤매는 것만 하나씩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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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6일 수요일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 내 한 달 고정비를 영수증으로 뽑아봤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Bill of Breath 월 고정지출 계산기 실제 화면
AI 무작정 해보기 · 생활비 · 월 고정지출 계산기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 내 한 달 고정비를 영수증으로 뽑아봤다

구독료 몇 개 계산해보려다가, 결국 내가 한 달을 사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까지 보게 됐다.

내 월급은 어디로 갈까.

사실 어디로 가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집에도 간다.

차에도 간다.

전화기에도 간다.

보험 회사도 가져가고, 인터넷 회사도 가져간다.

넷플릭스도 조금 가져가고 ChatGPT도 가져간다.

담배도 조용히 가져간다.

문제는 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각자 조금씩 가져가니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냥 한번 모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후회했다.

ㅋㅋ

처음에는 구독료만 계산하려고 했다

처음 생각한 건 아주 단순했다.

요즘 내가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가 몇 개나 되지?

Netflix.

Spotify.

YouTube.

Amazon Prime.

ChatGPT.

Google Drive.

Microsoft 365.

게임 구독도 있을 수 있고, 전자책이나 웹툰도 있다.

한 개씩 보면 대부분 엄청난 돈은 아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 정도야 뭐.”

라는 말이 여러 번 모이면 어느 순간 제법 훌륭한 금액이 된다.

처음에는 그래서 그냥 Subscription Calculator, 구독료 계산기 정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이상했다.

인터넷도 매달 돈이 나간다.

휴대전화도 나간다.

보험도 나간다.

자동차도 돈을 먹는다.

집은 말할 것도 없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도 영원히 쓰는 물건이 아니다. 몇 년 지나면 다시 사게 된다.

그러면 질문이 달라진다.

“내 구독료가 얼마지?”

↓

“나는 그냥 살아 있는 데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지?”

여기서부터 일이 조금 커졌다.

그래서 이름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가 됐다

툴 이름은 장난처럼 붙였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영어 이름은 Bill of Breath.

처음에는 나도 웃겼다.

그런데 기능을 붙일수록 이름이 별로 과장이 아닌 것 같아졌다.

생활 필수비.

차량 관련 비용.

쇼핑 멤버십.

클라우드와 업무 서비스.

스트리밍.

게임.

AI.

책과 웹툰.

그리고 몇 년에 한 번 교체하는 기기 비용까지.

평소에는 서로 다른 곳에 흩어져 있는 돈을 한 화면으로 모아보는 것이다.

정확한 금액을 모르면 우선 항목부터 선택해볼 수도 있고, 실제 금액을 알고 있다면 직접 수정할 수 있다.

무슨 대단한 금융 서비스는 아니다.

은행 계좌도 연결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구독을 해지해주지도 않는다.

그냥,

“내 생활은 대략 한 달에 얼마짜리인가?”

그걸 한번 보는 도구다.

Bill of Breath 월 고정지출 계산 결과를 영수증 형태로 출력한 실제 화면
직접 입력한 반복 지출을 영수증으로 뽑아봤다. 돈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닌데 리스트가 길어질수록 괜히 조용해진다.

내가 직접 값을 넣어봤다

툴을 만들 때 테스트 숫자를 넣는 것과, 내 진짜 숫자를 넣는 건 기분이 꽤 다르다.

처음에는 하나씩 입력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

다음 것도 예상했다.

이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리스트가 길어진다.

계속 길어진다.

나는 분명 새로운 지출을 만든 게 아니다.

원래 있던 걸 한곳에 모았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돈을 더 쓰고 있는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대시보드에서 숫자로 볼 때는 그냥 계산 결과였다.

그런데 영수증 형태로 바꾸니까 느낌이 달랐다.

갑자기 내가 이 모든 걸 방금 계산대에서 결제한 것 같았다.

“손님, 이번 달 생활입니다.”

네.

제가 산 거 맞네요.

환불은 안 되나요?

월간 금액보다 이상하게 1초가 더 무서웠다

Bill of Breath에서는 지출을 여러 시간 단위로 나눠서 보여준다.

1년 1달 1주 1일 1시간 1분 1초

처음에는 연간이나 월간 금액이 제일 충격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눈에 오래 남은 건 1초당 얼마였다.

월 고정지출은 익숙하다.

어차피 매달 청구서를 보니까.

그런데 같은 돈을 초 단위로 바꾸면 조금 이상해진다.

내가 일하고 있어도 나간다.

밥을 먹고 있어도 나간다.

TV를 보고 있어도 나간다.

자고 있어도 나간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어도 숫자는 아주 성실하게 움직인다.

내가 쉬고 있을 때도 나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있었다.

자동결제였다.

그래서 장난 삼아 ‘한숨 한 번의 비용’ 같은 것도 넣었다.

후—

한 번.

얼마다.

이걸 안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숨 쉴 때 조금 더 정성스럽게 쉬게 된다.

본전은 뽑아야 하니까.

영수증 한 장이 숫자보다 현실적이었다

사실 계산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연간 금액을 월로 나누고, 월 금액을 다시 일과 시간과 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숫자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대시보드에 Monthly Total이라고 크게 적혀 있으면 그냥 통계 같다.

반면 영수증에 내가 쓰는 항목들이 줄줄이 적혀 있고,

맨 아래에 1년, 1달, 1주, 1일, 1시간, 1분, 1초까지 붙어 있으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계산기로 볼 때는 숫자였다.
영수증으로 나오니까 갑자기 내 생활비가 되었다.

아마 이 툴을 만들면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든 부분도 여기다.

돈을 아껴주는 기능이 아니라,

내가 평소 안 보던 걸 한번 제대로 보여주는 것.

이걸 쓴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해두고 싶다.

Bill of Breath는 금융 상담 서비스가 아니다.

예산을 짜주는 서비스도 아니다.

은행과 연결되지 않는다.

자동으로 Netflix를 해지해주지도 않는다.

이 툴을 열었다고 다음 달 통장 잔액이 갑자기 늘어나는 일도 없다.

그랬으면 내가 먼저 썼다.

나는 돈 관리 전문가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월급은 분명 들어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

하는 사람 쪽이다.

그래서 이걸 만든 것이다.

절약법을 가르치려고 만든 게 아니라,

나부터 한번 보려고.

어디로 나가는지.

얼마나 나가는지.

그리고 내가 “별거 아닌 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 달 뒤에는 얼마가 되는지.

숫자를 줄이는 건 그다음 문제다.

먼저 봐야 한다.

나처럼 한번 계산해보고 싶다면

YELLOW K TOOLS의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Bill of Breath)’에서 월 고정지출을 직접 계산해볼 수 있다.

로그인도 필요 없고, 은행 계좌를 연결할 필요도 없다.

자기가 쓰는 돈을 입력하고, 그냥 한번 보는 것이다.

내 생활은 한 달에 대략 얼마짜리일까?

내 월 고정지출 계산해보기 →

계산해봤다고 갑자기 돈이 생긴 건 아니다.

여전히 나갈 돈은 나간다.

ㅋㅋ

그래도 적어도 이제

“도대체 내 월급이 어디 갔지?”

라는 질문에는 조금 더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여러 군데 갔다.

가끔 우리는 돈을 엄청 크게 한 번 쓰고 후회한다.

그런데 월급을 조용히 없애는 건 꼭 큰돈만은 아니었다.

매달 조금씩.

아주 성실하게.

각자의 날짜에 맞춰 찾아오는 작은 돈들도 꽤 강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은 농담으로 붙인 이름이었다.

직접 계산해보고 나니,

농담치고는 조금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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