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YELLOW K ARCHIVE

전체글

불러오는 중...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AI 프롬프트 잘 쓰는 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 — 질문을 만들어주는 툴



AI를 쓰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세요.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말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조건을 붙이고,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까지 알려주면 답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OpenAI의 공식 프롬프트 가이드에서도 요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하고,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제공한 뒤 결과를 보면서 질문을 다시 다듬는 방식을 권한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조금 다른 문제를 만났다.

나는 질문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정리하는 게 귀찮았다.

시작은 뜬금없이 소변 이야기였다

요즘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같아서 AI에게 물어봤다.

그러다 보니 설명할 게 계속 생겼다.

아침에는 어떻고, 오전에는 커피를 얼마나 마시고, 화장실은 몇 번 가고, 소변 줄기는 어떻고, 밤에는 가끔 깨고….

말하다 보니 꽤 길어졌다.

병원에서도 이걸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나?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생각났다.

나처럼 귀찮은 사람은 배뇨일지를 며칠 동안 꼬박꼬박 작성하라고 하면 아마 첫날 오전까지 열심히 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기록 버튼 누르는 건 귀찮아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면 기록을 시키지 말고 기억을 고르게 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소변 기록 툴을 생각했다.

몇 시에 화장실에 갔는지 입력하고, 양을 적고, 물 마신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그런 서비스도 있었다.

직접 써봤다.

좋은 툴이었다.

그리고 나는 금방 귀찮아졌다.

그래서 생각을 거꾸로 바꿨다.

정확한 기록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적인 기록 도구를 쓰면 된다. 우리 같은 귀찮은 사람에게는 먼저 기억나는 패턴만 고르게 하면 된다.

아침, 오전, 오후, 저녁, 자기 전, 밤중.

그리고 소변 횟수, 양, 줄기, 급박감, 잔뇨감, 커피와 물 섭취 정도만 선택한다.

끝.

중요한 건 결과 화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결과를 멋있게 보여주려고 했다.

오늘의 소변 횟수, 오전 배뇨 집중, 야간 배뇨 같은 숫자와 그래프 말이다.

심지어 농담으로 “많이도 싸셨네요.” 같은 문구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진짜 필요한 기능은 따로 있었다.

AI에게 물어보기용 요약 복사

버튼 하나를 누르면 사용자가 골랐던 것들이 문장으로 바뀐다.

평소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오전에 커피와 물을 많이 마시며 이 시간대에 배뇨 횟수가 많습니다.
대부분 소변량과 줄기는 보통이며 가끔 급박감을 느낍니다.
야간 배뇨는 매일 있는 것은 아니며 잔뇨감은 거의 없습니다.

이 패턴을 바탕으로 진료 전에 확인할 질문을 정리해주세요. 진단은 하지 마세요.

내가 AI에게 몇 분 동안 주절주절 설명했던 내용을 버튼 몇 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 이게 툴의 기능이구나.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

프롬프트 생성기를 생각하면 흔히 사용자가 대충 질문을 입력하고, 툴이 그것을 길고 정교한 프롬프트로 바꿔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것도 결국 사용자가 첫 질문을 써야 한다.

나는 그 단계조차 없애고 싶었다.

글을 쓰지 않는다. 선택한다. 고른다. 누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툴이 사람 말을 만들어준다.

사용자 → 선택지 → 구조화된 정보 → 자연어 질문

이렇게 생각하니 프롬프트 툴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AI에게 말 걸기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

AI가 발전해도 사람은 갑자기 부지런해지지 않는다

요즘 AI는 정말 많은 일을 해준다.

문서를 읽고, 코드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검색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용자가 매번 상황을 정리해서 긴 질문을 쓰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부터 그렇다.

피곤하면 설명하기 싫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기억나는 것 몇 개를 골랐더니 AI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으로 정리되어 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은 프롬프트를 공부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도 한다.

좋은 질문을 쓰는 법만 연구할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은 툴을 하나 더 생각하고 있다

아직 만든 것도 아니고, 돈이 될 것도 아니다.

요즘 내가 생각한 툴 중에는 만들다 중단한 것도 많고, 생각보다 쓸모가 없어서 접은 것도 있다.

이번 것도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기능보다 문제부터 조금 더 오래 보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건강 기록 앱인지, 프롬프트 생성기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설명하기 귀찮은 걸 대신 말해주는 것” 인지.

AI를 무작정 써보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왔다.

소변 이야기하다가 프롬프트 UX를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AI 공부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 쓰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게시물

대표님, 예쁜데 어디를 눌러야 하나요? |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 Designer K

귀여움은 옆에 두고, 누를 곳은 잘 보이게. Designer K의 시선을 표현한 AI 생성 삽화입니다. AI가 내게 해준 얘기들 · Designer K 이서연의 편지 AI OFFICE의 가상 디자이너가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쓴 편지입니다. AI 직원의...

인기 글

최근 글 제목

  1. 게시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