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당첨 번호를 몰랐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래를 알려달라고 물었다가,
엉뚱하게 첫 번째 웹툴을 만들게 된 이야기.
AI를 처음 깔았을 때 나는 거의 쓰지 않았다.
막연히 엄청 똑똑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뭘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다.
AI라면 이 정도는 알 줄 알았다.
세상의 지식을 다 배웠다는데 번호 6개쯤이야.
그런데 기대와 달리 AI는 갑자기 굉장히 어른스러워졌다.
미래의 당첨 번호는 예측할 수 없고, 각 추첨은 독립적이며, 과거 데이터가 다음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번호 몇 개를 아무렇게나 줬다.
아니, 그러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닌데.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나중에 AI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그럼 당첨 번호를 맞혀달라고 하지 말고, 아예 번호를 고르는 도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게 LUCKY ENGINE의 시작이었다.
미래를 모르는 AI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AI가 그렇게 똑똑하다면서 미래 번호 하나도 모른다니.
지금 생각하면 나는 AI를 무슨 전자 점쟁이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AI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로또 추첨이 정상적으로 무작위라면 지난주 번호가 다음 주 번호를 결정하지 않는다.
최근에 어떤 번호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이번 주에 쉬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이제 슬슬 나올 차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공에는 기억력이 없다.
이게 사람을 조금 서운하게 한다.
우리는 자꾸 숫자에서 이야기를 찾고 싶은데 숫자는 우리 사정에 별 관심이 없다.
데이터를 볼 이유까지 없어지는 건 아닐 텐데?
당첨 번호를 알아맞히는 것은 불가능해도, 과거 결과를 정리하고 번호를 고르는 과정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건 가능했다.
“번호 생성기”보다는 조금 더 해보고 싶었다
그냥 버튼 하나 누르면 무작위 숫자 6개가 나오는 건 금방 만들 수 있다.
지금은 AI에게 한 줄만 말해도 된다.
아마 커피 한 잔 식기 전에 비슷한 건 나올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만든 것 자체는 이제 별로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건 숫자를 뽑는 코드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이냐였다.
과거 번호의 출현 빈도도 보여주고 싶었다.
홀수와 짝수가 어떻게 섞였는지, 숫자가 어느 구간에 몰렸는지, 연속 번호는 얼마나 등장했는지도 궁금했다.
물론 이런 데이터가 다음 당첨 번호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 정도는 느낄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한 가지 선도 분명하게 정했다.
LUCKY ENGINE은 당첨 번호 예측기가 아니다.
미래를 맞힐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번호를 고르는 과정을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드는 도구.
나는 그 정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AI에게 이름을 붙였다
이 툴을 만들던 무렵부터 나는 ChatGPT와 대화를 꽤 많이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질문하는 대상이었다.
“이거 가능해?”
“이렇게 만들면 이상해?”
“이 기능은 어떻게 해야 돼?”
그러다 어느 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코치라고 불러줘.”
좀 웃겼다.
그런데 꽤 잘 어울렸다.
선생님이라고 하기엔 내가 말을 너무 안 들었고, 비서라고 하기엔 의견이 너무 많았고, 친구라고 하기엔 자꾸 확률과 현실을 설명했다.
코치 정도가 딱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AI를 코치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는 호칭이었다.
나중에는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됐다.
인생은 가끔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통계를 이야기하다가 운세까지 넣었다
LUCKY ENGINE도 처음부터 지금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꽤 진지하게 통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과거 데이터. 출현 빈도. 번호 분포. 패턴.
그런데 어느 순간 코치님이 운이나 생년월일 같은 요소를 넣은 방식도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쪽에서는 확률과 통계를 설명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운세 번호를 만들자는 AI.
일관성 측면에서는 꽤 자유로운 직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로또라는 게 원래 그렇다.
누군가는 통계를 보고, 누군가는 생일을 넣고, 누군가는 꿈에 나온 숫자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냥 자동을 산다.
그리고 추첨기가 돌아가는 순간 모두 똑같아진다.
운을 믿고 싶은 날에는 운으로.
만들면서 처음 알게 된 것
LUCKY ENGINE을 만들기 전에는 AI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말을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말한다.
AI가 만든다.
끝.
실제로 첫 화면은 정말 빨리 나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떤 설명을 넣을지. 통계는 어디까지 보여줄지. 사용자가 진짜 예측 도구로 오해하지 않게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많은 기능 때문에 복잡해지지는 않는지.
디자인은 왜 이렇게 이상한지.
버튼은 왜 또 저기로 갔는지.
하나씩 고치다 보니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
AI 시대에 만들기 어려운 건 코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빼야 할지, 언제 그만 만들지 정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최근 LUCKY ENGINE에 한 가지 기능을 더 넣어보고 싶어졌다.
매주 추첨 전에 LUCKY ENGINE이 딱 1개의 공식 번호 조합을 고르는 것이다.
추첨이 끝나면 실제 당첨 번호와 비교하고, 몇 개를 맞혔는지 그대로 기록한다.
다음 주에도 다시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계속 쌓는다.
예측이 아니라, 공개 기록으로 남긴다.
번호는 추첨 전에 1번만 확정한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바꾸지 않는다.
ENGINE PICK : 03 · 11 · 19 · 24 · 36 · 42
WINNING NO. : — · — · — · — · — · —
MATCHES : — / 6
TESTED DRAWS : 1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정말 궁금하니까.
LUCKY ENGINE이 완전히 무작위로 고른 번호와 비교했을 때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지.
아니면 몇 년 뒤,
라는 결론이 나오는지.
어느 쪽이든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몇 번 운 좋게 맞았다고 당첨 확률이 올라갔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예언 성공률이 아니라 실제 기록이다.
몇 회 테스트했는지. 평균적으로 몇 개가 맞았는지. 최고 기록은 몇 개인지. 무작위 선택과 비교하면 어땠는지.
결론은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처음 AI에게 물어본 것은 아주 단순했다.
원했던 답은 못 받았다.
지금도 못 받는다.
앞으로도 아마 못 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실패한 질문 하나 때문에 작은 웹툴이 생겼다.
LUCKY ENGINE이라는 이름도 생겼고, 통계를 공부하게 됐고, 웹페이지를 만들게 됐고, AI에게 ‘코치님’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생각해보면 꽤 수지맞은 질문이었다.
당첨 번호 6개 대신 프로젝트 하나를 받은 셈이다.
물론 나는 아직도 로또를 살 때 생각한다.
“이번에는 혹시?”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발전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번호를 받기만 기다리지는 않는다.
가끔은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본다.
그쪽의 확률이 적어도 로또보다는 높을 것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