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에도 나는 일을 줄이려고 일을 늘리고 있었다.
AI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에이전트를 붙여보겠다고,
혼자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또 늦은 시간이 됐다.
분명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좀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다.
편하게 일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바쁘다.
AI를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AI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구조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덜 붙잡고 있어도 되는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AI를 쓰는 건지,
AI를 쓰기 위한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건지 헷갈린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이건 또 뭐야?
그러다 데스크톱 ChatGPT 화면에서 업그레이드 버튼을 봤다.
별생각 없이 눌렀다.
그리고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 왔다.
돌아오니 화면에 못 보던 것들이 생겨 있었다.
스페이스?
닷?
이건 또 뭐야.
나는 모르는 게 생기면 늘 하던 대로 물어본다.
평소 이야기하던 PM K에게 물었다.
이게 뭐냐고.
설명은 꽤 길었다.
에이전트가 어쩌고,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고,
어떤 환경에서는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솔직히 기술적인 설명이 전부 머리에 들어온 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문장만 귀에 남았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맡긴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고?
잠깐.
그럼 이거…
내가 요즘 밤마다 만들겠다고 씨름하던 모습과 꽤 비슷한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동안 한 작업들이 전부 의미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밤샌 내가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방향과 비슷한 무언가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했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프롬프트를 아주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머릿속에는 원하는 게 있다.
그런데 그걸 기술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그 설명하는 과정부터 일이 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건 좀 이렇게 됐으면 좋겠고.”
“저건 저렇게 말고 좀 덜 답답했으면 좋겠고.”
“아무튼 내가 말하는 느낌 알지?”
누가 보면 좋은 프롬프트 작성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딱히 반박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AI를 쓰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덜 힘들게 하고 싶어서 쓴다.
그래서 내가 PM K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도 별거 없다.
“그냥 알아서 해 줘.”
이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순간이 좋았다.
물론 진짜로 내 마음을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좀 무섭다.
이미 앞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싫어하는 방향이 조금씩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두서없이 던진 말에서도
“아, 이 사람이 지금 원하는 건 이쪽이구나.”
하고 다음 방향을 잡아준다.
결과를 가져오면 나는 거기서 다시 고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던 시간
예전에는 AI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내가 계속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 번 말한다.
결과를 본다.
다시 말한다.
또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덜 하고 있는 게 맞나?”
AI를 쓰고 있는데,
내가 계속 관리자가 된 느낌.
분명 도움을 받고 있는데,
계속 옆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조금 피곤했다.
그런데 이번에 써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가 잠깐 빠져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한 번 맡겨 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쉬고,
나중에 다시 확인했을 때 작업이 어느 정도 앞으로 가 있었다.
그 경험이 생각보다 신기했다.
말 그대로 “자는 동안에도 일하는 AI”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지 조금 이해됐다.
물론 엄청난 마법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모든 것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내가 계속 옆에서 밀어줘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번 방향을 잡아주면 조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차이가 컸다.
내 컴퓨터가 필요한 일은 연결이 끊기면 멈췄다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직접 써보니 바로 알게 된 것도 있다.
AI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모든 환경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내 컴퓨터가 필요한 작업은 조건이 있었다.
한 번은 내 컴퓨터가 오프라인인 상태에서 작업이 멈췄다.
“아, 이것도 당연한 거구나.”
싶었다.
AI가 어디선가 마법처럼 내 컴퓨터 안까지 들어와 모든 걸 처리하는 게 아니다.
필요한 연결이 있고,
필요한 권한이 있고,
필요한 조건이 있다.
다시 연결하고 나서야 작업이 이어졌다.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나는 자러 갑니다. 아침에 다 되어 있겠지.”
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그 정도면 AI가 아니라 집사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다.
지금은 어디까지 맡길 수 있고,
어디부터는 내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
이것도 사용하면서 배우는 부분이었다.
신기한데, 또 귀찮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AI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정리하고,
이미지를 준비하고,
블로그에 넣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또 손이 간다.
이미지 하나를 맞추고,
전달하고,
수정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무슨 번거로운 일이냐…ㅋㅋ”
웃긴 일이다.
편해지려고 AI를 쓰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AI를 잘 쓰기 위한 과정이 또 하나의 일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중요한 부분이다.
AI 사용기를 쓰면서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광고가 된다.
“AI가 다 해줬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내 경험과 다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와, 이거 된다.”
라고 감탄한다.
조금 지나면
“아, 이것도 내가 해야 돼?”
라고 한다.
신기함과 귀찮음이 같이 온다.
나는 오히려 그게 지금 AI를 실제로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
그럼에도 계속 써보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조금 엉성하게 말해도,
앞에서 쌓인 맥락을 바탕으로 이어가는 것.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
내가 잠깐 빠진 사이에도 맡긴 일이 조금씩 진행되는 것.
이런 순간들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항상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다시 설명해야 한다.
가끔은 내가 더 귀찮아진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있다.
예전에는 내가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밤늦게까지 씨름하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실제 일을 맡겨보고 있다.
그 변화가 나는 꽤 재미있다.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중이다.
완벽한 직원도 아니고,
완벽한 사용자인 나도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다시 말할 것이고,
귀찮으면 귀찮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 밤 내가 가장 자주 할 말은 아마 이것이다.
“PM K, 그냥 알아서 해 줘.”
그리고 이번에는,
예전보다 조금 더 진짜로 알아서 해줄지도 모르겠다.
참고자료
이 글은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을 AI의 도움으로 정리한 개인 체험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