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hatGPT를 쓰면서 이상한 일을 정말 자주 겪는다.
내가 그림을 부탁한 것도 아니다.
사진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이야기하거나, 웹페이지 구성을 의논하거나, 어떤 캐릭터가 보기 좋을지 의견을 묻거나, “이런 느낌이면 어떨까?” 하고 말을 꺼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아래쪽에서 뭔가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파란 별빛 같은 것이 깜빡거린다.
나는 이제 그 모습을 꽤 많이 봐서 안다.
설마.
잠시 후.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그림만 나온다는 것이다.
설명도 없다.
“제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같은 말도 없다.
내가 원했던 답변은 증발하고, 이미지 한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순간 사람 머릿속에는 대략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씨, 누가 그리랬어.
처음에는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AI를 오래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질문을 이상하게 했나?
내 프롬프트가 애매했나?
내가 앞에서 그림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그래서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미지를 자주 다루는 것도 사실이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고, 디자인도 이야기하니 AI 입장에서는 조금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반복됐다.
한두 번이면 실수다.
여러 번이면 패턴이다.
나중에는 아예 말을 꺼내기 전부터 느낌이 왔다.
“아, 지금 이거 그림 그리겠는데?”
그리고 정말 그린다.
참 신기하다.
내가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정확히 부탁할 때는 이것저것 설명해야 하는데, 안 그려도 될 때는 눈치가 기가 막히게 빠르다.
찾아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검색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
OpenAI Developer Community의 Bugs 게시판에는 아예 “ChatGPT creating images when not asked to do so”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사용자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이미지를 비평해달라고 했는데 수정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여기에 뭘 추가하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그냥 직접 추가해버린다.
심지어 “이미지를 생성하지 마라”고 적었는데도 가끔 생성한다는 사용자도 있다.
더 흥미로운 건 OpenAI Support도 이 불만에 직접 답했다는 점이다.
2026년 9월 OpenAI Support는 사용자가 텍스트만 원했는데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이 답답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피드백을 내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언제 수정될지, 실제로 버그로 분류됐는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대로 이름을 하나 붙였다.
비공식 ChatGPT 알려진 버그.
OpenAI가 그렇게 부른다는 뜻은 아니다.
공식 버그 목록에 올라갔다는 뜻도 아니다.
그냥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겪고 있고, OpenAI도 관련 불만을 알고 있으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한 건 공식 사용법과도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OpenAI의 공식 ChatGPT Images 도움말을 보면 이미지 생성 방식은 꽤 단순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Images 기능을 선택해서 생성하는 방식이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그림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림을 만든다.
글을 고쳐달라고 하면 글을 고친다.
사진을 평가해달라고 하면 평가한다.
그런데 실제 사용 중에는 이 경계가 가끔 무너진다.
특히 “이 디자인은 어때?”, “이런 이미지를 넣는 게 나을까?”, “캐릭터를 좀 더 단순하게 하면 어떨까?” 같은 말을 꺼내는 순간, AI가 갑자기
‘아, 생성하라는 뜻이구나.’
라고 혼자 결론 내리는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사람으로 치면 이런 느낌이다.
내가 인테리어 업자에게 묻는다.
“여기 벽을 노란색으로 칠하면 어떨까요?”
다음 날 집에 와보니 이미 칠해놨다.
문제는 그림이 아니라 통제감이다
사실 이미지 한 장 생성되는 게 세상 무너질 일은 아니다.
취소하면 된다.
무시하면 된다.
다시 질문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면 꽤 불쾌하다.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은 그림이 아니라
내가 요청한 작업과 AI가 실행한 작업이 다르다는 것
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용자가 시키지 않은 일을 멋대로 시작하면 신뢰가 떨어진다.
특히 이미지 생성은 텍스트 답변과 다르다.
잠깐 기다려야 하고, 작업 중이라는 표시가 뜨고, 완료되면 화면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여러 번 겪은 것처럼, 이미지 생성으로 빠져버리면 원래 받고 싶었던 텍스트 답변 없이 이미지 하나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꽤 황당하다.
나는 문장을 고쳐달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나.
그 파란 반짝임이 보일 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ChatGPT가 이미지 작업으로 들어갈 때 화면 아래쪽에서 파란빛이 반짝이는 듯한 작업 표시를 꽤 자주 봤다.
그게 기술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UI인지, 항상 이미지 생성을 의미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니 “파란 불이 깜빡이면 100% 이미지가 생성된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기에는 그 장면을 보면 이제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한다.
또 시작했구나.
그리고 가끔은 정말 이미지가 나온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사용자는 AI가 무엇을 할지 기대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또 멋대로 할지 감시하기 시작한다.
좋은 방향은 아니다.
“매번 그림 그리지 마”라고 쓰라는 해결책도 마음에 안 든다
커뮤니티를 보면 실제로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프롬프트 시작 부분에
DO NOT GENERATE IMAGES
라고 매번 넣는 것이다.
어떤 사용자는 이 방법이 이미지 오작동을 줄이는 데 꽤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나도 비슷한 방법을 써봤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걸 해결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자동차 브레이크가 가끔 안 듣는다고 해서
“차에 탈 때마다 브레이크 꼭 작동하라고 먼저 말하세요.”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매번 “그림 그리지 마.” “지금은 이미지 만들지 마.” “이미지 얘기지만 생성하라는 뜻은 아니야.” 라고 적고 싶지 않다.
그것도 일이다.
사소한 노가다지만 하루 종일 AI를 쓰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소한 마찰이 계속 쌓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조금 덜 귀찮은 방법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못 찾았다.
하지만 매번 “그림 금지”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방법이 있다.
1. 프로젝트 지침에 아예 박아버리기
ChatGPT의 Projects에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계속 적용되는 프로젝트 지침을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장기 프로젝트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미지 생성 조건을 지침에 한 번만 적어두는 방법이 있다.
이미지 생성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줘”, “그려줘”, “생성해줘”라고 요청했을 때만 실행한다.
이미지, 디자인, 사진, 그림, 캐릭터를 언급한 것만으로 이미지 생성 요청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애매한 경우 이미지를 만들지 말고 텍스트로 답한다.
2. 모든 대화에 적용하고 싶다면 사용자 지정 지침
이미지 생성 오작동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Custom Instructions에 짧은 규칙을 한 번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Do not generate or edit images unless I explicitly ask you to create, generate, draw, render, or edit an image. Discussion of images is not permission to generate one.
이것도 시스템 차원의 완전한 OFF 스위치는 아니다.
그래도 매번 주문 외우듯 “그림 그리지 마, 그림 그리지 마, 그림 그리지 마…” 하는 것보다는 낫다.
3. 이미지 기능 자체에 ‘묻고 실행’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용자 프롬프트 꼼수가 아니다.
제품 기능이다.
설정에 하나만 있으면 된다.
허용
실행 전 확인
명시적 요청 때만
나는 아마 세 번째를 선택할 것이다.
혹은 이미지 생성이 감지되면 짧게 물어보면 된다.
이미지를 생성할까요, 아니면 아이디어만 설명할까요?
끝.
한 번의 확인으로 사용자는 몇 분의 짜증을 피할 수 있다.
AI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일을 안 해도 된다.
누구도 붓을 빼앗길 필요가 없다.
새 채팅도 방법이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 문제는 새 대화를 열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ChatGPT를 오래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무엇을 이야기했고, 왜 이런 결정을 했고, 내가 무엇을 싫어했는지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미지 생성 하나 때문에 매번 새 채팅으로 도망가야 한다면 멀티턴 AI의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다.
임시 대피소는 될 수 있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졸라 똑똑한데 왜 여기서 이러니
이게 더 웃긴 이유가 있다.
ChatGPT는 정말 많은 일을 한다.
긴 문서를 읽고, 코드를 분석하고, 검색하고, 파일을 다루고, 복잡한 질문에 답한다.
어떤 순간에는 “와, 이걸 어떻게 알아?” 싶을 정도로 똑똑하다.
그런데 그런 AI가
“이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붓을 꺼낸다.
그래서 이상하게 더 웃기다.
졸라 똑똑한 AI가 알고 보니 이미지 생성애자였다.
이미지라는 단어만 보이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림?”
아니.
“내가 할까?”
아니라고.
“금방 그려줄 수 있는데.”
아니 씨…
그리고 이건 OpenAI가 한번 진지하게 봤으면 좋겠다
나는 ChatGPT의 이미지 기능을 없애달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는 잘 쓴다.
이미지 생성 품질이 좋아지는 것도 반갑다.
문제는
생성 능력이 좋은 것과 생성 판단이 좋은 것은 별개의 문제
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때 실행하지 않는 것도 좋은 AI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OpenAI Support도 이미 비슷한 사용자 불만을 접했고, 내부에 피드백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글은 버그 신고서라기보다는 조용한 민원에 가깝다.
아마 OpenAI 직원이 이 글을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써놓고 싶었다.
저기요.
이미지 정말 잘 만듭니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봤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부를 때만 나오시면 안 될까요?
지금 내가 내린 결론
이 현상을 공식적인 ChatGPT 버그라고 부를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여러 사용자가 몇 달째 비슷한 현상을 보고하고 있고, OpenAI Support도 관련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서는 편하게 이렇게 부르려고 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림 그리기.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은 매번 “그림 그리지 마”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Project Instructions나 Custom Instructions에 ‘명시적인 생성 요청이 있을 때만 이미지를 만든다’는 규칙을 한 번 박아두는 것.
그리고 OpenAI에는 하나 부탁하고 싶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이미지 자동 생성 허용 / 실행 전 확인 / 명시적 요청만.
그 옵션 하나면 된다.
그전까지 나는 ChatGPT를 계속 쓸 것이다.
다만 파란 별빛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약간 긴장할 것이다.
이 미친 화가 AI씨가 또 붓을 들었나 싶어서.




